<킹스 스피치>
뒷전에 있다가 얼결에 왕이 된
조지 6세의 인생역전 드라마
내밀한 영국왕실 보는 재미도
조지 6세의 인생역전 드라마
내밀한 영국왕실 보는 재미도
아카데미 휩쓴 ‘킹스 스피치’
17일 개봉하는 <킹스 스피치>는 ‘영화가 어떠하다’보다는 2011년 아카데미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각본상을 받은 점에서 ‘왜 상을 받았을까’에 초점이 가는 영화다.
“놀라운 연기와 훌륭한 스태프의 도움이 걸작을 만들었다”(시카고 트리뷴), “콜린 퍼스와 제프리 러시는 그들의 역할에 스며들어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다”(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흥행성과 예술성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영화”(월스트리트 저널). 홍보사에서 전하는 외신의 반응이다.
재미는 아무래도 은밀한 엿보기. 영화는 1936년부터 1952년까지 재임한 영국 왕 조지 6세(1895~1952) 이야기다. 형인 에드워드 8세가 왕위를 포기하면서 뜻하지 않게 왕위를 떠안은 말더듬이가 어떻게 장애를 극복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왕으로 거듭나는가. 그가 말더듬이라는 건 널리 알려졌지만 왜 그랬는가, 어떻게 극복했는가는 덜 알려져 있다. 두 시간에 걸친 영화는 그가 언어치료사 라이어넬 로그를 만나 상담과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왕실의 내밀한 사정과 함께 내면에 잠재된 콤플렉스를 파고든다.
눈길이 머물기는 무명과 유명의 병치. 조지 6세는 왕위를 물려준 형 에드워드 8세, 왕위를 계승한 현재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 그리고 찰스 왕세자에 비해 무명에 가깝다. 에드워드 8세는 미국인 이혼녀 심프슨 부인과의 결혼을 위해 왕위를 포기한 일로 널리 알려졌고 이는 영화로 만들어져 ‘세기의 로맨스’로 기억돼 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재위중이기에 아직은 유명하고, 찰스 왕세자는 다이애나와의 동화 같은 결혼과 그 이후 큰할아버지를 빼닮은 행태로 각인돼 있다. 영화는 왕의 장애에 초점을 두어 조지 6세의 평범함을 오히려 스타덤에 올리는 마술을 발휘한다.
다음은 고결과 비루의 대비. 소재가 영국의 왕실인 만큼 등장인물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웅장하고 장엄하기 마련. 비루한 말더듬이는 이와 충돌하면서 우스꽝스런 대조를 이룬다. 언어치료사 라이어넬이 등장하면서 결코 메워질 수 없을 것 같은 간극이 소멸한다. 특이한 것은 라이어넬이 대영제국의 변방인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평민인데도 왕을 가족 내 호칭 ‘버티’로 부르는 괴짜라는 사실이다. 그는 조지 6세한테 때로는 ‘퍽’ ‘쉿’ 등 상스런 말을 뱉게 하고 때로는 덩실덩실 춤추게 하여 뻥이 잔뜩 들어간 고결함의 김을 뺀다.
영화는 내밀한 왕실을 세상으로 끌어내 우리네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조지 6세는 차남. 확률로 보아 사실상 왕위에 오를 수 없는 탓에 아버지와 형은 물론 유모한테서조차 차별대우를 받아 온 것. 무시당하는 것이 일상화하면서 ‘나는 별 볼일 없는 인간’이란 인식이 내면화하고 그 증상은 버벅거림으로 표면화된다. 웃기기는 남편감의 장애가 오히려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결혼을 승낙한 엘리자베스가 대관식을 치른 다음에는 말더듬이를 고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점이다.
영화의 제목이 된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문.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 맞서 서툴게 읽어 내린 국왕의 연설이 영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다. 영화는 영국 왕실의 사소한 장애극복담과 나치의 자료화면을 교차시키는데, 결과적으로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소소할 법한 이야기를 드라마스럽게 만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조지 6세 역 콜린 퍼스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고역을 치르고, 언어치료사 역 제프리 러시가 어릿광대를 마다하지 않으니 각광을 받을 수밖에. 감독상을 받은 톰 후퍼의 전작은 <엘리자베스 1세>, <존 애덤스>. 영국 왕실과 미국의 대통령을 소재로 하여 이번 수상을 준비한 셈이다. 대놓고 말은 않지만 수상의 이면에는 영국을 정신적인 고향으로 여기는 미국인의 정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영국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이면에 역경을 극복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데야 오죽하랴. 우리와는 지리나 시간으로 먼 영국 이야기인데다 오스카상이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예가 잦은 터.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킹스 스피치>
영화의 제목이 된 ‘킹스 스피치’는 조지 6세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문. 세기의 선동가 히틀러에 맞서 서툴게 읽어 내린 국왕의 연설이 영국민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다. 영화는 영국 왕실의 사소한 장애극복담과 나치의 자료화면을 교차시키는데, 결과적으로 연합군이 승리하면서 소소할 법한 이야기를 드라마스럽게 만든다. 사정이 이러하니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인다. 조지 6세 역 콜린 퍼스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고역을 치르고, 언어치료사 역 제프리 러시가 어릿광대를 마다하지 않으니 각광을 받을 수밖에. 감독상을 받은 톰 후퍼의 전작은 <엘리자베스 1세>, <존 애덤스>. 영국 왕실과 미국의 대통령을 소재로 하여 이번 수상을 준비한 셈이다. 대놓고 말은 않지만 수상의 이면에는 영국을 정신적인 고향으로 여기는 미국인의 정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영국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끈 이면에 역경을 극복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있다는 데야 오죽하랴. 우리와는 지리나 시간으로 먼 영국 이야기인데다 오스카상이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예가 잦은 터. 관객의 반응이 주목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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