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 백’
강제노역 탈출 실화 ‘웨이 백’
‘시베리아~인도’ 혹독한 여정
‘시베리아~인도’ 혹독한 여정
‘돌아가는 길’로 풀이되는 제목의 영화 <웨이 백>은 세 가지로 읽힌다. 자유를 향한 탈주, 자연과 인간의 대비, 고난 속의 갈등과 유대.
영화의 뼈대는 1940년 시베리아 벌목장에 끌려간 폴란드인 야누시가 동료 6명과 함께 그곳을 탈출해 6500㎞ 너머 인도에 이르는 여정이다. 중요한 것은 ‘걸어서’다. 몸이다.
당시는 공포정치가 판치던 스탈린 시대 초기. 스파이로 몰린 야누시(짐 스터게스)는 시베리아 캠프 105로 이송돼 강제노역을 하게 된다. 광활한 겨울 시베리아 숲이 천연 울타리인 곳. 누구도 탈출을 엄두 못 내는데 야누시는 한다면 하는 폴란드인. 설폭풍이 몰아치던 밤 철조망을 끊는다. 여기에 깡패 발카(콜린 패럴), 미국인 미스터 스미스(에드 해리스) 등 6명이 가담한다.
시베리아에서 출발한 이들의 여정은 바이칼 호수, 몽골, 고비사막, 히말라야산이다. 쫓기는 자한테 마을은 불가근불가원. 최소한의 생필품을 획득하는 데 필요할 뿐이다. 숲을 헤치고 산을 넘고 강을 건너야 한다. 늑대, 독수리와 함께 먹을거리를 찾아야 하고 잠자리도 맨땅이니 항상 춥거나 덥고 졸리고 배고프다. 물 맑은 바이칼호는 모기떼, 모래언덕이 고운 고비사막은 더위와 모래폭풍, 신이 사는 히말라야는 동상과 동의어다. 몸밖에 없는 인간한테 대자연은 공포다. 인간이 먹이사슬의 가장 위라고 하지만 영화를 보면 ‘글쎄요’다. 그런 와중에 사막에서 물을 찾아준 뱀을 잡아먹는다. 그게 인간이다.
혹독한 자연은 약육강식을 강요하기도 하고 끈끈한 유대를 만들기도 한다. 자연에서 생존하는 법을 아는 야누시가 리더가 되고 칼을 소지한 발카가 행패를 부리거나 규율을 잡는다. 일행은 서로 불편한 존재이면서 필요한 존재. 러시아인인 발카가 몽골 국경에서 돌아가고 중간에 합류한 폴란드 소녀 이레나는 굳게 닫힌 일행의 마음을 열게 만든다. 이때부터 과거를 공유하면서 인육공포에서 벗어나고 동료가 된다. 그게 또한 인간이다.
스와보미르 라비치의 실화 소설을 영화로 옮겼다. 몇달에 걸친 처절한 고행을 133분 편안한 의자에서 보기가 미안하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제작에 참여해 볼만한 장면이 많다. 형편상 시베리아 숲은 불가리아 숲에서, 고비사막은 사하라사막에서 찍었단다. 17일 개봉. 12살 이상 관람 가. 임종업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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