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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쓰나미가 물러가고 삶과 죽음이 하나됐다

등록 2011-03-20 20:48수정 2011-03-21 09:49

‘히어애프터’
‘히어애프터’
쓴맛단맛 다 본 노장의 문제작
사후세계와 강렬한 ‘생’ 버무려
재해장면 처참해 일본개봉 취소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히어애프터’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밀리언달러 베이비> <미스틱 리버> <우리가 꿈꾸는 기적:인빅터스> <체인질링> 등 작품마다 묵직한 주제로 화제를 부른 클린트 이스트우드(81) 감독이 또 하나의 문제작을 선보인다. ‘사후세계’라는 뜻의 제목인 <히어애프터>. 여든을 넘긴 탓일까, 죽음 그리고 죽음 뒤의 세계가 주제다.

파리의 여기자 마리(세실 드 프랑스)는 인도네시아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지진해일(쓰나미)에 휩쓸려 죽었다 살아난다. 그때 고요한 암흑의 통로를 거쳐 빨려들어간 빛의 세상을 경험한다. 그곳은 모든 감각이 정지되고 무중력 상태처럼 평온하기 이를 데 없다. 회사에 돌아온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히어애프터>란 책을 쓴다.

샌프란시스코의 조지(맷 데이먼)는 어려서 신병을 앓은 뒤 사후세계와 소통하는 영매 능력을 갖게 된다. 죽음과 늘 가까이하는 삶은 저주라고 여겨 그 능력을 감춘 채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간다. 유일한 낙은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녹음으로 듣기.

런던의 소년 마커스(조지 매클래런)는 쌍둥이 형 제이슨을 잃는다.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의 약 심부름을 갔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것. 소년은 엄마와 떨어져 위탁가정에 살면서도 여분의 빈 침대를 곁에 두어야 할 만큼 불안정하다.

‘히어애프터’
‘히어애프터’
죽음은 가장 가깝고도 가장 먼 ‘그 무엇’이다.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필수과정이지만 그에 관해 들려줄 자 없는 미지 세계이기 때문. 혹자는 죽음 이후를 물거품이 터진 뒤의 ‘빔’ 또는 ‘없음’이라 하고, 혹자는 검음 속에 미립자가 떠도는 카오스, 혹은 밝은 빛의 무중력 공간이라고, 혹자는 천국-지옥의 상벌공간이라고도 한다.

영화는 이들 등장인물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죽음 언저리를 더듬는다.


귀사해서도 계속되는 임사충격으로 마리는 동료들한테서 이상한 사람으로 비친다. 툭하면 정신줄을 놓는 통에 남친과도 헤어진다. 조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형은 동생의 능력을 돈벌이에 이용하려 하고 자신은 족집게처럼 과거를 맞히는 바람에 여친과 헤어진다. 마커스는 그리운 쌍둥이 형을 만나려 영매를 찾아 헤매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사기꾼에 거짓말쟁이다. 죽음이 태어남, 나이듦, 병듦처럼 삶의 필수과정인데서 비롯하는 찌끼들이다.

영화는 막판에 이르면서 교차편집을 벗어난다. 죽음을 겪은 여자, 죽음을 보는 남자, 죽음과 동거하는 아이는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죽음 이야기는 곧 강렬한 삶 이야기다. 인도네시아, 샌프란시스코, 파리를 거쳐 런던에 이르는 먼 길을 달려온 것은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다.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는 것. 쓴맛 단맛 다 본 노장의 말은 단순하다. 참고로 영화 초반 지진해일 장면이 너무 처참해 일본에서는 상영 않기로 했단다. 130분. 24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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