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크라이스트>
라스 폰 트리에 ‘안티크라이스트’
여성 성기 절단 장면 삭제 뒤 개봉
여성 성기 절단 장면 삭제 뒤 개봉
관객이 ‘설마’ 하고 방심하는 사이, 감독은 ‘봤지? 어떤가?’라며 뒤통수를 치듯 충격적인 장면으로 객석을 흔들어놓는다. 남녀 성기를 드러내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듯하고, 피가 섞인 정액이 솟구치는 장면까지 스크린에 옮겨놓았다. 가위로 여성 성기 일부분을 자르는 대목에선 시사회장 곳곳이 술렁였다. 아내가 남편의 다리에 구멍을 뚫어 둥근 바벨을 박는 장면도 눈을 피하지 않고 대하기가 쉽지 않다. 웬만해선 자리를 뜨지 않는 언론시사회장이지만 중간에 나가는 이들도 보였다.
덴마크 출신 거장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안티크라이스트>는 2009년 칸국제영화제 당시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릴 만큼 논쟁에 휩싸였던 문제적 영화다. 감독 자신이 극심한 우울증 속에서 구상했다는 이 영화는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통해 인간의 본능과 악마성을 정면으로 다뤘다.
영화는 남편(윌럼 대포)과 아내(샤를로트 갱스부르)가 눈발 흩날리는 날 헨델의 아리아 ‘울게 내버려 두소서’가 흐르는 가운데 격정적 사랑을 나누는 사이, 이들의 아이가 추락사로 숨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아내는 아이를 잃은 죄책감에 빠지고, 심리치료사인 남편은 아내를 공포와 불안감에서 빠져나오게 하려고 에덴이란 산장으로 떠나게 된다. 영화는 프롤로그-비탄-고통(혼돈의 지배)-절망(여성 살해)-세 거지(비탄·고통·절망)-에필로그 등 6개 장으로 이뤄져 있다. 종반으로 향할수록 부부의 감정은 극단으로 치닫고, 카메라는 인간의 악마성과 본성이 어떻게 발현되고 파괴되어 가는지를 거친 화면으로, 때론 미학적 화면으로 쫓아간다.
심신이 약하거나, 칼로 몸을 베는 장면도 잘 쳐다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영화는 불편함을 넘어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인간의 본성에 파고들려는 감독의 영화적 문법과 2009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프랑스 출신 갱스부르의 눈빛을 확인하고 싶다면 인내를 가져봄직도 하다. 청소년 관람 불가. 14일 개봉 때 여성 성기를 자르는 장면은 삭제된다고 한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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