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왕’ 박중훈
실적 목맨 중장년 형사역
코미디 넘어 묘한 뭉클함
“하루 12시간씩 촬영-휴식 관철”
코미디 넘어 묘한 뭉클함
“하루 12시간씩 촬영-휴식 관철”
6번째 경찰역 ‘체포왕’ 박중훈
어? 또? 맞다. 이번 영화까지 형사 역만 여섯번째다. 당장 <투캅스 1, 2>가 떠오르고,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강적>에다, 미국에서 찍은 <아메리칸 드래곤>에서도 국제경찰로 등장했다. “5~6년차 형사들과 만나면 ‘그땐 말이야…’라고 내가 연기했던 옛 시절 경찰을 얘기해주는 상황이 됐다. 이젠 형사들이 강력반 팀장 대접한다”는 수준이라지 않나. 에이, 그럼 또 <투캅스> 1, 2탄과 같은? 다시 형사 두 사람이 주인공이란 점에선 그러한데, 혹 이 물음이 박중훈표 코미디의 재판 아니냐는 것이라면 아직도 그를 1980~90년대 박중훈에 묶어둬버린, 과한 우려라 할 수 있다.
“90년대까지 출연한 영화들에선 강한 ‘임팩트’를 주겠다는 미명 아래 연기 감정이 다소 과잉돼 있었다. 90년대 중후반 나의 이미지를 계속 답습하는 영화를 몇편 하면서 관객도 피로감을 느끼게 됐다. 친숙해졌지만 신선함이 없어진 것이다. 그땐 에너지를 밖으로 발산하는 ‘볼록 연기’를 주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서울 시내 카페에서 만난 배우 박중훈은 온기 실린 민트 차를 잠시 한모금 마셨다. “배우가 하나의 이미지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일단 성공한 거다. 그래서 코미디 이미지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한 이미지에만 한정된다면 멍에일 수도 있다. 이젠 에너지를 안에 담아두는 ‘오목 연기’를 해보고 싶다. 예전엔 장면마다 승부를 봐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지금은 장면 순간마다 내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장면들을 붙여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 사실적인 연기가 배어나오게 하고 싶다.”
‘범죄액션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 <체포왕>(4일 개봉)에서 박중훈은 접경지역인 서울 서대문경찰서가 잡은 범인까지 가로채며 검거 실적에 목을 맨 서울 마포서 강력반 팀장 ‘황구렁이 황재성 형사’를 맡았다. 하지만 지구대로 좌천된 영화 중반 이후 연쇄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를 잡기 위해 나선 그의 모습에서는 과장된 코미디의 발산을 찾을 수 없다. 코미디 몫은 다른 인물에게 돌리고 그는 도리어 성폭행 당한 어린 학생의 상처를 보듬거나 성폭행범을 잡아 “왜 그랬어?”라고 주먹을 내리치는 연기 등으로 묘한 뭉클함을 자아낸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 인정받지 못했고, 관객들은 외면하고, 인기도 주춤했다. ‘배우로서 완주하겠다고 한 이상 전투에서 한번 졌다고 전쟁을 포기하지 말자’고 나 스스로를 독려했다. 바다도 끊임없이 밀물과 썰물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나. 그래도 최근 5~6년 사이 (기존) 이미지를 벗겨내고, 신뢰도 다시 쌓는 느낌이다.”
연기 감정의 폭과 깊이를 더하려는 그의 시도는 한물간 가수 역을 맡은 2006년 작 <라디오 스타>를 기점으로, 삼류 깡패로 나온 <내 깡패 같은 애인>, 임권택 감독의 101편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를 거쳐 이번 작품으로까지 이어졌다. <투캅스> 성공 이후 몇차례 형사 역이 더 몰린 그는 “<체포왕>은 직장인처럼 실적에 매달리는 형사들의 이야기라 그간 연기한 형사들과 달라서” 식상함을 무릅쓰고 다시 경찰 옷을 입게 됐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도 창의적 작업을 위해 배우와 스태프의 ‘12시간 촬영, 12시간 휴식 보장’을 제작진에게 요구해 관철했다. <찰리의 진실>(2002년) 등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이래 자신의 작품마다 요구해온 방식이다. “(늘어지지 않고) 하루에 딱 12시간 촬영하려면 정확하고 좋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한다. 결국 12시간 촬영은 영화의 질에도 기여하는 것이다. 영화는 긴 시간의 노동력이 아니라 창의력에서 나오는 것이다. 처음엔 내 주장에 ‘빠다 냄새 난다’ ‘할리우드 티 낸다’는 오해도 있었는데, 지금은 스태프도 좋아한다.”
41번째 영화를 찍은 그는 “신참 형사였던 18년 전 <투캅스> 때는 얼굴을 다리미로 다려놓은 것 같았는데, 이번 영화에선 사춘기 딸을 둔 아빠이자 강력반 팀장이어서인지 주름도 보이더라”고 웃었다. 그는 “안성기 선배처럼 나이는 들어 보여도 늙어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16살 아들과 14살, 10살 두 딸을 둔 그는 이날도 푸른 청 재킷을 걸치고 나와 46살의 숫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늘 배우로서의 에너지와 젊음을 간직하고 지낼 것”이란 박중훈이 흥행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제작비 본전을 찾는 손익분기점은 180여만명. 박중훈의 ‘트위터’에 연결된 팔로어만 12만4000여명이라니, 흥행을 향한 그의 우군도 적지 않은 셈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체포왕’ 박중훈
41번째 영화를 찍은 그는 “신참 형사였던 18년 전 <투캅스> 때는 얼굴을 다리미로 다려놓은 것 같았는데, 이번 영화에선 사춘기 딸을 둔 아빠이자 강력반 팀장이어서인지 주름도 보이더라”고 웃었다. 그는 “안성기 선배처럼 나이는 들어 보여도 늙어 보이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16살 아들과 14살, 10살 두 딸을 둔 그는 이날도 푸른 청 재킷을 걸치고 나와 46살의 숫자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늘 배우로서의 에너지와 젊음을 간직하고 지낼 것”이란 박중훈이 흥행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증명할 수 있을까? 이 영화가 제작비 본전을 찾는 손익분기점은 180여만명. 박중훈의 ‘트위터’에 연결된 팔로어만 12만4000여명이라니, 흥행을 향한 그의 우군도 적지 않은 셈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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