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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장국영·왕조현 없는 ‘천녀유혼’…허전함 어쩔수 없네

등록 2011-05-08 19:44

중 엽위신 감독, 리메이크작
사랑 구도 삼각관계로 넓혀
장국영(장궈룽)과 왕조현(왕쭈셴)이 없는 <천녀유혼>이 가능하긴 한 걸까. 아직도 엊그제 같은 그 옛날 풋풋한 두 청춘이 뿜어내던 설렘을 제외하면 이 영화에서 무엇이 남을까. 헛헛한 의문들이 객석을 메울 때, 화면엔 “영원히 장국영을 추모하며”란 문구가 슬그머니 나타난다. 엔딩 자막이 올라가기 전 뜨는 이 한 줄의 문구는 올해로 8주기를 맞은 장국영에 대한 의례적인 추모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처음부터 <천녀유혼>이 영원히 ‘장국영의 영채신’과 ‘왕조현의 섭소천’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단 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12일 개봉하는 <천녀유혼>은 1987년의 원작과 거리를 두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1987년 원작이 홍콩에서 제작된 영화라면, 이번 리메이크작은 중국 본토 출신 감독 엽위신(예웨이신)이 연출했다. 착한 요괴 ‘섭소천’과 세금 수금원 ‘영채신’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원작과 달리 퇴마사 ‘연적하’의 비중이 늘어나 세 인물의 삼각관계가 형성됐다. 극의 중심은 죽여야 할 요괴 섭소천(류이페이)을 사랑하는 퇴마사 연적하(고천락)에게로 옮겨졌다. 첫사랑을 만난 순진한 소년 같은 모습의 영채신(위사오췬)은 섭소천과 연적하 사이에 뒤늦게 끼어든 제3의 인물처럼 그려진다.

바뀐 이야기 구조는 20년도 더 지난 영화를 새로 리메이크하기 위해 감독이 고민한 결과다. 엽위신 감독은 “사랑의 한 줄기를 새로 넣지 않았다면 리메이크 작을 만들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국영의 팬들은 현저히 줄어든 영채신의 비중에 그가 떠난 뒤 쌓여가는 시간만큼이나 한번 더 허전함을 느낄 수도 있다. 섭소천을 연기하는 유역비는 충분히 청초하지만 그의 섭소천은 어딘지 덜 자란 소녀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기술도 원작의 서정을 메우기는 부족해 보인다.

2003년 4월1일, 거짓말처럼 장국영이 세상을 떠난 지도 8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의문스런 선택과 생전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간의 화제가 된다. 왕조현 역시 2004년 은퇴 이후에도 승려로 출가했다느니 미모가 변했다느니 논쟁에 오르락거리며 대중의 관심 속에 있다. 이제는 각기 추억이 된 두 사람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떠올리지 않으면서 <천녀유혼>을 보는 건 불가능하다. <천녀유혼>은 두 청춘에게 온전히 빚진 영화이기 때문이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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