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각) 칸 영화제 개막작 <미드나이트 인 파리>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감독 우디 앨런(왼쪽에서 넷째)과 출연 배우들. 최성열 <씨네21> 기자
개막작 우디 앨런 ‘미드나이트 인 파리’ 호평
줄리아 리 등 여성감독 출품수 역대 최다
줄리아 리 등 여성감독 출품수 역대 최다
우디 앨런의 <미드나이트 인 파리>의 공개와 함께 64회 칸국제영화제가 11일(현지시각) 개막했다. <미드나이트 인 파리>는 75살 감독 우디 앨런의 사랑예찬가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맨하탄>의 파리 버전인 듯, 영화는 시작부터 센강, 에펠탑, 퐁네프, 루브르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파리의 명소들을 화면에 늘어놓는다. 영화는 글이 좀체 써지지 않는 소설가가 약혼녀와 그 부모를 따라 파리에 왔다가 자신의 우상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스콧 피츠제럴드, 그리고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모든 예술가들을 끊임없이 만나게 되는 판타지물이다. 1920년대로의 얼토당토않은 시간여행을 우디 앨런은 밝고 코믹한 기조로 완수한다.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이후 다시 찾은 파리. 우디 앨런은 단순히 현재의 파리 예찬이 아닌, 시간을 거슬러, 또 거슬러 올라가며 파리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온갖 판타지의 집대성을 감행한다. 전작들의 편집증적이며 심기 불편한 이야기들은 죄다 빼 버린 로맨틱코미디에 대한 반발도 있지만, 대체적인 반응은 우호적이다. 프랑스의 일간 <피가로>는 “영화를 보면 모두들 우디 앨런 식 동화와 재즈 선율에 미소를 머금고 극장을 나올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올 칸영화제의 모토는 단연 ‘다양성’이다. 이미 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와 이탈리아의 현실을 코믹하게 그린 난니 모레티, 러시아의 현실을 풍자하는 아키 카우리스메키 등 칸에 연례적으로 오는 ‘저명’ 감독들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면 나머지 절반은 생소한 감독들과 장르를 선정함으로써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평소라면 경쟁작 입성이 불가능한 작품들도 모두 끌어안는 모양새다. 기존경쟁작 부문 작품 중 예외적인 장르로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정도가 있었다면, 올해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의 <드라이브>나 미이케 다카시의 <이치메이> 같은 액션 장르영화가 경쟁에 진입해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런 시도는 기존의 칸이 공고히 해 온 틀에서 유연한 확장을 하려는 방식으로 읽힌다. 칸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칸영화제는 고정관념을 깨려 노력해왔다. 그래서 칸이 살아 있는 영화의 셀렉션이 될 수 있는 것이다”라고 전한다.
올 칸영화제 출품작은 최고의 라인업으로 평가된다. 올 최고의 화제작은 비밀스런 은둔자로 알려진 테런스 맬릭 감독의 <트리 오브 라이프>다. 이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숀 펜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디스 머스트 비 더 플레이스>까지 두 편의 경쟁작으로 참석해 강력한 남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진다. 더불어 올해는 역대 칸영화제 중 여성감독의 출품작 수가 가장 많은 해이다. 경쟁부문에 가와세 나오미의 <하네즈노쓰키>, 줄리아 리 <슬리핑 뷰티>, 린 램지의 <위 니드 투 토크 어바웃 케빈>, 마이 웬의 <폴리스> 총 4편이 여성감독 작품이다.
11일 개막한 영화제는 오는 22일 경쟁수상작 발표와 함께 폐막한다.
칸(프랑스)/이화정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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