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상 감독
권정생 선생 4주기 맞아…이지상 감독 독립영화 공개
“글을 쓰신 선생님의 혼에 깊이 다가가려고 했습니다. 행간의 의미를 저 나름의 이미지로 풀어내려고 노력했구요.”
4년 전 작고한 권정생 선생의 장편 소설 <몽실언니>를 독립영화로 만든 이지상(55·사진) 감독은 “책을 읽고 너무 진한 감동을 받아 몽실이의 아픔과 고통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12일 말했다.
2009년 제작한 이 영화는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서울독립영화제·뉴욕 소호영화제·슬로베니아의 이졸라영화제 등에서만 몇 차례 소개됐을 뿐이다. 이번에 권정생 선생 4주기 추모제와 때를 맞춰 경북 안동에서 일반인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14일부터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 7시에 안동 전통문화콘텐츠 박물관에서 5월 한 달 동안 6차례 무료 상영된다. 상영시간은 75분.
영화는 10여년 전 이 감독이 귀농해 살던 경북 문경시 가은읍 원북리를 배경으로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주인공이다. 몽실이가 친엄마와 새엄마를 떠나보내고 난 뒤 전쟁통에 깡통 들고 밥을 구걸해가면서 이복동생 ‘난남’이를 키워낸다는 줄거리이다. 난남이는 잘사는 집으로 입양되고, 결국 혼자 남은 몽실이의 아픔을 영상 이미지로 그려냈다.
2003년 문경 가은으로 귀농을 단행해 화제가 됐던 이 감독은 2007년 4월 직접 농사지은 쌀 한 포대를 둘러메고 안동으로 권 선생을 찾아갔다. 권 선생이 돌아가시기 한 달 전에 첫 만남을 한 셈이다.
“책으로만 만나던 권 선생을 찾아가 무작정 덮어놓고 큰절을 한 뒤 선생의 글이 너무 좋아서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며 허락해달라고 졸랐죠.” 즉석에서 “잘 만드시소”라는 권 선생의 한 마디 대답을 듣고 돌아와 작업을 시작했다.
이 감독은 1993년 단편 독립영화 <로자를 위하여>로 데뷔했다. 독일의 여성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를 그린 영화다. 이어 지금은 없어진 서울 종로서적 뒷편 <코아> 극장에서 무대에 올린 <둘 하나 섹스>와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돈오> 등 10여편의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요즘은 서울 수유리 작업실에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행을 그린 <십우도> 10편 중 5편을 작업중이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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