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아브르’ 등 높은 평점
올해 칸국제영화제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신문 1면에서 몰아낼 정도로 화제가 만발하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신진 감독의 작품과 거장 감독들의 신작들이 포진했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전 편집장 장미셸 프로동은 “올 영화제는 세월이 지나 기억해도 풍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19일(현지시각)까지 최고의 화제작은 7년 만의 신작으로 칸을 찾은 테런스 맬릭의 <생명의 나무>다. 아들 둘을 잃은 아버지가 나머지 한 아들에게 보이는 집착을 담았다. 우주의 탄생·섭리·기원을 들어 부자 관계를 설명한다. 덴마크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은 지구 종말의 문제에 천착한 <멜랑콜리아>로 화제를 모았다. 개인의 문제에서 시작해 탄생과 종말의 극단을 오가는 두 작품은 영화제 중반 최고의 화제작으로 자리잡았다.
한편 폰 트리에 감독은 “히틀러를 이해하며 그가 나쁜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가 마지막 순간 벙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뒤늦게 사과성명을 냈지만 칸영화제 이사회는 “받아들일 수 없고 용납될 수 없다”며 그를 “기피인물”로 선언해 칸 영화제에서 축출했다. 그러나 이번 경선 참가자격은 유지된다.
신진 감독들의 영화를 발견하는 계기도 마련됐다. 눈에 띄는 작품은 프랑스 감독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아티스트>다. 유성영화가 나온 1920년대 말 무성영화 스타를 다뤄, 시네필들을 위한 가장 영화적인 영화로 평가받았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여감독 줄리아 리는 고급 창녀를 다룬 데뷔작 <슬리핑 뷰티>로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미하엘 하네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마르쿠스 슐라인처 감독은 10살 소년을 감금한 페도필리아(어린이성애증) 남성을 다룬 첫 작품 <마이클>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영화제의 열쇳말은 단연 ‘아이’를 필두로 한 가족의 문제다. 영국 감독 린 램지의 <우린 케빈에 대해 말할 필요가 있어>는 아이의 사이코패스 증상 때문에 갈등하는 여성의 번뇌에 깊게 접근한다. 프랑스 감독 마이웬의 <폴리스>는 아동폭력전담반 형사들을 통해 아동폭력에 노출된 프랑스 사회를 재조명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부모의 불안이 칸 영화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금종려상의 향방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제 공식 일간지인 <스크린 데일리>의 별점을 보면, 아키 카우리스메키의 <르 아브르>가 3.2점으로 선두이고, 다르덴 형제의 <자전거를 탄 소년>(3.1점)과 미셸 아자나비시우스의 <아티스트>(2.9점)가 뒤를 이었다.
칸(프랑스)/이화정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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