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페이스메이커’ 김명민
소년가장 마라토너역…연습하다 5㎏ 빠져
극사실주의 연기 추구…“믿을 건 내 몸뚱이뿐”
소년가장 마라토너역…연습하다 5㎏ 빠져
극사실주의 연기 추구…“믿을 건 내 몸뚱이뿐”
지난 24일 충북 보은 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영화 <페이스메이커> 공개 촬영현장에서 ‘김명민’을 지워가고 있는 김명민(39)을 만났다.
“(4월부터 시작된) 촬영에 들어가기 두 달 전부터 마라톤 훈련을 했어요. 일주일에 3일은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단 감독님과 트랙훈련 하고 다른 날은 등산하거나, 남산에서 개인훈련 하는 식이었죠.” 뛰니까 체중이 4~5㎏ 빠져나갔다고 한다.
<페이스메이커>는 동료 선수가 최고기록을 내도록 30㎞까지만 속도를 끌어주고 마라톤 레이스에서 빠지는 주인공 ‘주만호’가 런던올림픽에서 생애 첫 42.195㎞에 도전하는 내용의 영화다.
헬스장에서 몸을 탄탄히 만들고 뛰는 자세 정도 배우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마라토너 이봉주를 지도한 오인환 감독 밑으로 들어가 훈련받을 정도로 그는 다시 고된 길을 택했다. 2009년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루게릭병에 걸린 배역을 위해 촬영 기간 동안 20㎏을 빼느라 의식이 왔다갔다 하기도 하고, 왼손부터 마비되어 가는 루게릭병 증세를 위해 왼손을 사용하지 않아 왼손 근육이 달라지도록 만든 ‘연기고집’을 이번에도 막아내지 못한 것이다. 2001년 영화 <소름>에선 택시운전 하는 장면을 위해 택시기사를 한 달씩이나 경험한 적도 있다 하니, 이 무슨 연기에 대한 강박증인가?
극사실주의 연기를 추구하는 그는 “최대한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것, 최대한 김명민이 보이지 않고 (보는 사람이) 나를 잊도록 하는 것, 나의 몸에 캐릭터의 공기를 가득 채우는 것, 연기하는 인물이 밥 먹듯 하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철저히 나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의치를 입에 끼고 생활했던 것도 그렇다는 것이다. “인공치아를 끼면 소년가장으로서 동생을 위해 고집스럽게 살아왔던 ‘주만호’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다. 문제는 인공치아를 해서 발음이 이상하면 하지 않느니만 못한 것이다. 촬영 한 달 전부터 집에서도 끼고 자고, 밥도 먹고 생활하니 발음에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촬영을 하게 됐다.” 인공치아는 그가 감독에게 직접 제안한 뒤 아는 치과의사에게 찾아가 제작한 것이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혹 김명민을 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이순신(불멸의 이순신)에서 외과의사 장준혁(하얀거탑)으로, 지휘자 강마에(베토벤 바이러스)로, 루게릭병 환자에서 마라토너로, 캐릭터의 급격한 변신을 해야 한다는, 좀더 힘든 배역을 맡아 도전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것? 그는 “늘 그런 부담감에 눌려 있으면 연기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메이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마지막에 주만호가 완주하는 부분에서 많이 울었다. 밤에도 꿈에 만호가 나타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출연할 계기가 충분하지 않나”라고 했다.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배역을 택하되, 그 배역에 가까워지도록 가야 하는 힘든 길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이번 영화엔 마라톤 감독으로 안성기,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고아라 등이 출연한다. 올가을 개봉하는 이 영화는 현재 40%까지 촬영됐다. 런던 현지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하도 뛰어서인지 “지금으로선 촬영이 끝나면 트랙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배우는 마라토너와 비슷하다. 촬영기간엔 결승점까지 혼자 달려가는 마라토너처럼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믿을 건 내 몸뚱이밖에 없다”며 고독한 레이스에 올라선 배우의 외로움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을 거의 없애버린 영화를 들고 가을에 나타나겠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철저히 뭉개고 혹사시킨 김명민이란 지독한 배우가 그 속에서 더 도드라질지도 모른다. 이건 그가 원하는 게 아닐 텐데도 말이다. 보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스튜디오드림캡쳐 제공
이번 영화엔 마라톤 감독으로 안성기,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고아라 등이 출연한다. 올가을 개봉하는 이 영화는 현재 40%까지 촬영됐다. 런던 현지 촬영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하도 뛰어서인지 “지금으로선 촬영이 끝나면 트랙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웃으며, “배우는 마라토너와 비슷하다. 촬영기간엔 결승점까지 혼자 달려가는 마라토너처럼 자기와의 싸움의 연속이다. 믿을 건 내 몸뚱이밖에 없다”며 고독한 레이스에 올라선 배우의 외로움을 내비쳤다. 그는 자신을 거의 없애버린 영화를 들고 가을에 나타나겠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철저히 뭉개고 혹사시킨 김명민이란 지독한 배우가 그 속에서 더 도드라질지도 모른다. 이건 그가 원하는 게 아닐 텐데도 말이다. 보은/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스튜디오드림캡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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