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진(35) 감독
영화 ‘굿바이보이’ 노홍진 감독
“저는 한 작품밖에 같이 안 해서… 그렇게 묶일 수 있다는 게 감사하죠.”
노홍진(35·사진) 감독은 영화계에서 ‘김기덕 사단’ ‘김기덕 아이들’의 한명으로 불린다. 공업고등학교 전기과를 나와 공대를 다니는 등 영화 전공과 무관했던 그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2003년) 연출부에 뽑혀 처음으로 영화현장을 배우게 됐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감독, <아버지는 개다>의 이상우 감독 등에 이어 노홍진 감독도 <굿바이 보이>(2일 개봉)를 내놓으며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 장편영화 감독 대열에 합류했다.
<굿바이 보이>는 중학생 소년이 1980년대 말의 시대를 관통하며 세상에 눈뜨는 과정을 담았다.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다지만, 군사정권이 집권하던 80년대의 ‘폭력’이 결부되면서 주제의식은 한층 깊어진다. “단편영화도 찍어본 적이 없다”는 ‘초짜 감독’의 영화라고 하기엔, 유머와 판타지적 장면을 버무리며 이야기를 늘어지지 않게 이끄는 힘이 돋보인다.
노 감독이 신춘문예에 내려고 <개 같은 인생>이란 제목의 소설로 썼다가 시나리오로 각색한 이 영화는 그의 중학생 시절을 떠올린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방첩대를 나와 민정당 당원증을 갖고 다녔던 노 감독의 부친이 가족들 몰래 혼자 암수술을 받고 귀가한 뒤 숨진 내용들은 영화 속 아빠(안내상)에 투영됐다. 노 감독이 중학생 때 국민대학교 일대에 신문을 배달하며 신문보급소 사장한테 방망이로 맞거나, 대학생들이 뿌린 ‘5·18 민주화운동 사진’에 충격을 받고, 전교부회장 소녀의 집으로 신문대금을 받으러 간 일화 등도 극중 소년 ‘진우’(연준석)가 겪는 영화내용과 닮았다. 노 감독은 “소녀의 집은 실제 당시 그 소녀가 살던 빌라에서 촬영했다”며 웃었다.
그는 “국가와 사회 전반적인 폭력적 분위기와 그림자는 영화에서처럼 가족과 신문보급소, 불량배가 있는 동네 곳곳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그런 대한민국 시스템에서 한 소년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러니 꽤 무거운 영화처럼 보이지만 몽둥이를 든 ‘백골단’이 출현하는 장면조차 괴물이 등장하는 공포영화 속 모습으로 그리는 등 사실적 묘사를 뛰어넘는 연출력으로 영화를 보는 재미를 준다. 물론 “제작비가 적어 대규모 시위 장면을 찍을 수도 없었다”는 예산상 제약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는 자신의 장편 데뷔작 개봉 즈음, 국내에선 논란을 낳았고 칸 영화제에선 호평을 받은 스승 김기덕 감독의 신작 <아리랑>에 대한 느낌도 털어놓았다. 국내에선 후배 감독 실명비판 등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그는 “김기덕 감독님의 복잡한 심리와, 내면의 싸움을 담은 영화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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