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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회사 청년과…낯선 아저씨와…이 사랑의 이름은 뭘까

등록 2011-06-12 20:05수정 2011-06-12 21:50

류혜영(왼쪽)이 “솔직히 내가 청순 멜로 얼굴은 아니죠”라고 하자, 대선배 서주희(오른쪽)는 “아냐, 너 청순한 얼굴도 있어. 네 안에 (그런) 아이도 키워봐. 배우는 나와 다른 사람을 관찰해서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둬야 한다”고 격려했다. 류혜영은 그 말을 문자로 찍어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다.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류혜영(왼쪽)이 “솔직히 내가 청순 멜로 얼굴은 아니죠”라고 하자, 대선배 서주희(오른쪽)는 “아냐, 너 청순한 얼굴도 있어. 네 안에 (그런) 아이도 키워봐. 배우는 나와 다른 사람을 관찰해서 기억 속에 차곡차곡 쌓아둬야 한다”고 격려했다. 류혜영은 그 말을 문자로 찍어 휴대전화에 저장해뒀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영화 ‘애정만세’ 서주희·류혜영
19살 ‘민정’ 역 류혜영 하룻밤 보낸 30대 남자에게 적극적 “상대가 좋아하는 것도 존중해야죠”
40대 ‘순임’ 역 서주희 되살아난 로맨스 꿈과 환상에 설레 “지금 만나는 사람과 이순간 사랑해”
사랑은 기습적이다. 우산을 받쳐든 그 애의 살짝 흘러내린 멜빵바지 왼쪽 끈에서 사랑이 난입하기도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온 그 아이 뒤에서 부서지는 햇살은 유독 그 아이 뒤에서만 부서졌을 것이라고, 순간 믿게 만든다.

대형마트 계산원인 40대의 ‘순임’을 보시라. 회사 야유회에서 다리를 같이 묶고 게임을 했던 청년과의 스침 한번을 잊지 못해 딸의 분홍색 부츠를 신고 산정호수를 다시 찾는다. 그 청년과 보트를 같이 탔던 호수는 꽁꽁 얼어붙었는데, 그 얼음을 깨겠다며 내리치는 돌엔 장롱 서랍에 파묻은 줄 알았던 순임의 ‘두근거림’이 실려 있다. 19살 여고생 ‘민정’이의 마음은 어찌 보시나. 우연히 하룻밤을 함께 보낸 30대의 남자는 이 아이를 피하려 하는데, 아저씨와 같이 먹은 짬뽕의 면발과 캔맥주의 거품을 따라 묘한 흔들림이 밀려드는 민정이는 두발짝 물러서는 아저씨한테 세발짝을 다가간다.

9일 개봉한 <애정만세>는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부지영 감독의 ‘산정호수의 맛’과 영화 <똥파리>로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양익준 감독의 ‘미성년’을 묶은 옴니버스 영화다. 사랑, 그게 뭔데, 묻는 영화다.

서주희
서주희
개봉 전날인 8일 서울 시내 카페에 ‘순임’이 입은 소매 해진 내복을 벗고 들어선 연극배우 서주희(45)는 “그 청년이 순임이가 잊고 있었던 로맨스의 감정을 건드린 거지. 사실 순임은 그 청년보다는 되살아난 로맨스의 꿈과 환상 때문에 더 두근거렸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도 그렇지만 나이 한살 더 먹으면 감정을 감추거나 스스로 막아버리는데, 순임은 산정호수를 찾아 그 감정이 무엇인지 느끼면서 자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게 대했던 것 같다. 짝사랑하는 마음이 들고, 설령 이 사랑이 잘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도 지금의 두근거림을 흐르는 대로 두는 것도 좋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게 얼마나 기쁜가? 행복한 것만 사랑이 아니라 아픈 것도 사랑의 다른 면이니까.” ‘우리의 순임씨’는 그 청년에게 초콜릿바를 내밀다가 결국 자신의 입속으로 가져간다. 다시 마음이 뛴다는 걸 알았으니, 고백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듯이. 서주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참으로 소중한 것”이라고 말한다.

“발차기 하면서 정확히 카메라를 볼 수 있다는 게 야~ 멋지지 않습니까”라며 깔깔대는 류혜영(21)의 웃음소리는 오디션 사진으로 대학(건국대 영화과 2학년) 정문에서 친구들이 찍어준 발차기 사진을 냈더니 양익준 감독이 덜컥 이 사진을 보고 자신을 발탁한 얘기를 하다가 터져나왔다. “민정이요? 마침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아빠도 없다 보니 외로움과 공허함이 있었을 텐데, 아저씨에게 의지하려는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 상황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고.”

류혜영
류혜영
영화 속 민정이는 꽤나 감정에 솔직하고 적극적인 아이인데, 류혜영은 “나도 그 애가 좋으면, ‘너랑 얘기해서 좋고, 너랑 함께 있어서 좋아’라고 말해주는 스타일”이라며 또 까르르까르르.

“저는요. ‘축구가 좋아, 내가 좋아?’ 뭐, 이런 식으로 묻는 게 정말 싫어요. 사랑은 상대가 좋아하는 것도 존중해주는 신뢰가 중요하다고 봐요. 신뢰가 있는 자유로운 사랑, 아하하!”

1989년 <한국방송>(KBS) 공채 탤런트로 출발해 지난해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기상, 올해 동아연극상 연기상 등을 수상한 서주희는 감정의 진폭이 큰 배역을 맡아 모든 기운을 무대에 다 토해내는 배우로 꼽힌다. “사실 내 안에 코미디의 기운이 있는데 (연출자들이) 이걸 써먹으려 하지 않는다”며 웃는 서주희는 “결혼은 이 사람과 살아가고 싶고, 같이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 싶을 때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얘기한다. 짐작하겠지만, 미혼이다.

계원예고 때부터 오디션에서 떨어지든 말든 단편영화 출연 지원을 거듭한 류혜영은 “오디션 보고 떨어지고 좌절도 하면서 배우는 것 아니겠어요”라며 “사실 이번 영화도 이런 내용의 멜로가 아니면 내가 언제 멜로 해보겠냐 싶어 지원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개봉할 줄도 몰랐어요” 하고 신기해한다.

서주희는 지금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것에 대해 “자연, 그리고 지금 이순간”이라고 했다. “미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만나는 사람과 이 순간을 사랑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 류혜영도 “하나님, 새우, 21살의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너무 사랑한다”며 “음… 그렇다면 21살의 내가 새우를 먹으려고 기도하는 순간이 가장 사랑스럽겠네”라며 도대체 고갈이 안 되는 웃음보를 또 팡 터뜨렸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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