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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ET와 구니스를 합쳐서 보는 듯하네

등록 2011-06-19 21:09

영화 ‘슈퍼 에이트’
흥행귀재 스필버그·에이브럼스
성장·괴물·모험 등 ‘장르 칵테일’
영화 끝난뒤 ‘좀비영화’도 눈길
좀체 만나기 어려울 듯 보였던 소년과 감독을 좁혀놓은 건 ‘슈퍼 8밀리미터(㎜) 카메라’였다.

소년 제이제이(J.J) 에이브럼스는 8살 때부터 이 카메라로 영화를 만들기 좋아했고, ‘슈퍼 8㎜ 영화제’에 단편영화들을 내놓는다. 그 작품을 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슈퍼 8㎜ 카메라(필름의 폭이 8㎜로, 기존 8㎜ 필름의 카메라를 개선한 것)로 찍은 자신의 예전 영화들의 재편집을 15살 에이브럼스에게 맡기게 된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소년은 또 한명의 세계적 감독이 됐다. <아마겟돈>(1998년, 각본) <미션 임파서블3>(2006년, 연출·각본),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년, 연출·제작) 등 영화와, <로스트> (2004~2009년·제작·각본) 등 유명 드라마까지 만들어 흥행시킨 것이다.

에이브럼스와 스필버그를 다시 이어준 것도 ‘슈퍼 8㎜’였다. 에이브럼스의 머릿속에 따로따로 흐르던 두개의 구상이란 이런 것이었다. “6명의 아이들이 슈퍼 8㎜로 영화를 찍는다” “괴물을 운송하던 기차가 사고 나서 괴물이 풀려난다.” 이 둘을 합치는 영화를 떠올리고, 그가 찾은 제작자가 역시나 ‘슈퍼 8㎜’로 감독을 꿈꿨던 스필버그였다. 스필버그는 “환상적 아이디어”라 화답했고, 에이브럼스는 “그와 동등하게 작업한다는 건 최고의 특권”이라며 기뻐했다.

16일 개봉한 <슈퍼 에이트(8)>는 무슨무슨 2편, 혹은 4편 등과 같이 시리즈 영화가 쏟아지는 여름 극장가에 ‘두 천재 감독의 극비 프로젝트’란 그럴싸한 문구를 내건 새로운 대작영화다.

1979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마을이 배경인 영화는 ‘슈퍼 8㎜’로 좀비영화를 찍는 6명의 아이들이 우연히 미국 공군의 운송열차가 선로에 뛰어든 차와 충돌해 전복하는 장면을 본다. 아이들이 피하면서 내팽개친 카메라 속엔 열차에서 탈출하는 괴물의 모습이 담겨 있고, 아이들은 괴물한테 잡힌 친구를 구하려고 불에 휩싸인 마을로 뛰어든다. 전작 영화나 드라마에서 괴물이나 사건의 실체를 감추고 조금씩 떡밥을 흘린 에이브럼스답게 이번 영화에서도 쿵쿵거리는 소리와 구겨진 자동차 등으로 괴물의 존재를 일러주다 종반에서야 그 모습을 공개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이제이 에이브럼스(오른쪽).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이제이 에이브럼스(오른쪽).
이 영화는 아이들의 풋풋한 성장영화, 괴물영화, 모험영화 등을 “칵테일처럼 섞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장르가 섞여 있다.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찬 괴물과 공장사고로 엄마를 잃은 아이가 정신적 교감을 한다는 점에서 <이티>(E.T.)의 잔영이 어른거리고, 아이들이 위험 속으로 달려가는 것에선 80년대 학창시절 단체관람을 한 모험영화 <구니스>를 생각나게 한다.

스필버그와 에이브럼스의 만남이란 기대에 비하면 에스에프(SF)적인 화려한 볼거리나 특수효과로 상영시간 내내 눈을 사로잡는 건 아니다. ‘에스에프 요소’의 양념이 잔뜩 들어간 영화가 입맛에 맞는 관객이라면 싱거울 수 있지만, 괴물이란 영화적 호기심을 미끼로 내세워 가족의 사랑, 아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우정을 풀어내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엔 나쁘지 않다. 열차사고 현장까지 뒷배경으로 삼아 영화를 찍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재미를 준다. 괴물한테 잡히는 ‘앨리스’ 역은 다코타 패닝의 여동생 엘 패닝이, 앨리스를 구하는 조 램브 역엔 연기 경력이 전무한 조엘 코트니가 맡았다.


집에 숨겨둔 꿀단지가 없어질까봐 노심초사하는 사람처럼 영화가 끝나자마자 후다닥 빠져나간다면, 영화 속 꼬마 6명이 죽음을 무릅쓰고 찍은 ‘좀비영화’를 놓치고 말 것이다. 본편 못지않은 재미를 주는 ‘영화 속 영화’가 스태프 이름이 올라갈 때 상영되니, 꿀단지 생각일랑 잠시 접어두는 것도 좋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씨제이이앤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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