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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토종애니 성공신화, 암탉아 부탁해

등록 2011-07-03 20:42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28일 개봉)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28일 개봉)
‘마당을 나온…’ 제작 심재명 대표
“주변의 반응들이 ‘아니, 웬 애니?’였죠.”

‘웬…’이란 말 속엔, ‘그러다가 본전도 못 챙기면 어쩌려고’란 노골적인 우려가 박혀 있다. ‘제아무리 명필름이라지만, 잘 될까’란 걱정의 강도를 따지자면, “당시로선 드문 소재였던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2000년)나, 아줌마 핸드볼선수들이 나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년)을 제작할 때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영화 포스터에 ‘2011년 한국영화의 아름다운 도전’이란 문구를 건 그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쓸 수도 없고”라며 웃었다.

충무로의 대표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48) 대표가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28일 개봉)을 들고 왔다. 100만명 넘는 독자를 울린 황선미 작가의 동화가 원작이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6년이 걸렸다. 영화는 닭장을 빠져나온 암탉 ‘잎싹’이 처음 품은 알에서 태어난 청둥오리 ‘초록’과 함께 펼치는 꿈을 향한 도전, 모자간의 사랑과 이별 등을 다룬다. 문소리(잎싹), 유승호(초록), 최민식(나그네), 박철민(야생수달)의 목소리도 빌렸다.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 명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심 대표가 “솔직히 손해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엔 자신이 없었다”고 한 것은,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공모델이 없던 탓이다. 2002년 100억원 이상 제작비가 들어간 <원더풀 데이즈>는 22만명 동원에 그쳤다. <천년여우비> <아치와 씨팍> <오디션> 등도 참패하고 돌아섰다. 그러는 사이 할리우드와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관객을 쥐고 흔들었는데, 그는 이것이 못내 아쉬웠다.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28일 개봉)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28일 개봉)
“우리 딸에게 왜 남의 것만 보여줘야 할까 생각했죠. 딸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거죠.”

그는 왜 이전 작품들이 관객의 마음을 잡지 못했을까, 찬찬히 들여다보았다고 한다. “기술 수준은 탁월하지만, 스토리 완결성이 떨어져요. 애니메이션계가 충무로 주류와 네트워크 없이 따로 작업하다 보니, 관객과 소통하는 대중적 영화에 대한 마인드가 부족했어요. 충무로 주류의 투자와 대규모 극장배급도 받지 못하니 악순환이 반복된 거죠.”

심재명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주택을 개조한 명필름 사무실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명필름의 영화가 여름 흥행 격전에 뛰어든 건 처음”이라며 “아이 손을 잡고 가족이 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심재명 대표가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주택을 개조한 명필름 사무실에서 <마당을 나온 암탉>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명필름의 영화가 여름 흥행 격전에 뛰어든 건 처음”이라며 “아이 손을 잡고 가족이 보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심 대표가 탄탄한 원작을 토대로 2년간 시나리오 작업에 매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성장을 하면서 도전하는 원작 내용이 좋았어요. 시나리오는 15번을 고치며 보완했고요.”

영화는 극적 풍성함을 위해 유머로 활력을 넣는 야생수달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다. “초록이 파수꾼(청둥오리 떼의 비행을 이끄는 우두머리)을 뽑는 대회에 나갔다”는 한줄 문장을 10여분짜리 속도감 있는 청둥오리들의 비행 레이싱 대회 장면으로 보강했다. 또 2009년 배우들이 스케치 동영상을 보고 녹음한 목소리에 맞춰 그림을 그리고, 다시 본녹음을 해 목소리와 입 모양이 어긋나는 것을 최소화했다. 특히 이 영화는 충무로 제작사와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이의 첫 협업사례다. 명필름이 기획과 시나리오, 자금 확보를 맡고, 전문제작사 오돌또기가 그림에만 전념하며 서로 장단점을 보완했다. 이렇게 해서 캐릭터 개발 1년, 시나리오 2년, 그림 2년, 편집 등 후반작업 1년 등이 걸렸다. 그동안 고비라면, 역시나 투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순제작비는 30억원.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신화창조 프로젝트’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받은 14억원과 명필름의 7억여원 외에 나머지 제작비 9억여원과 마케팅 비용(18억원) 등이 더 필요했다.


그는 “대형 투자배급사를 돌았지만, 다 거절당했다. 애니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거였다. 메이저 투자배급사가 나서지 않으면 영화는 실패한다고 봤는데, 그때가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심 대표는 진전된 작업 결과물을 다시 보여줬고,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소빅창업투자의 돈을 끌어들였다.

이 영화는 국내 개봉 2~3주 뒤 중국 전역에서 개봉한다. 더 많은 국외시장 진출을 위한 활로를 찾기 위해서다. 심 대표는 “장편 애니가 한국과 중국에서 같이 개봉하는 것도 처음”이라며 “중국에서는 2000개 이상 개봉할 것 같다. 중국 대도시에서 모두 개봉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중국과는 수익을 5 대 5로 나눈다고 한다.

그동안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은 관객 100만명을 넘긴 적이 없다. 그 위험한 길을 택한 심 대표는 “남들을 따라가면 아류에 그친다. 가지 않은 길을 가야 성공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편 애니에서도 성공모델이 나와야 자본과 유능한 인재가 애니에 몰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150만명. “편집본을 본 중학생 딸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해줘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이제 이 작품이 또다른 가족의 딸과 아들, 그들 부모의 마음까지 흔들 수 있을지를 초조함 속에 기다리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명필름·오돌또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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