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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방사능 구름’이 삼킨 어린 연인의 사랑

등록 2011-07-10 20:21

<클라우드>(14일 개봉·감독 그레고어 슈니츨러)
<클라우드>(14일 개봉·감독 그레고어 슈니츨러)
‘클라우드’ 영웅담 아닌 현실적 개인 통해 문제의식 표현
방사능 유출만큼이나 무서운 건 그 위험성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했을 때 방사능 피폭이니,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느니, 꽤 요란을 떨었으나 이제 언제 적 일이었냐는 듯 무심해져 간다. 영화 <클라우드>(14일 개봉·감독 그레고어 슈니츨러)는 이런 무신경을 아프게 건드린다.

여고생 한나(파울라 칼렌베르크)와 같은 반 전학생 엘마(프란츠 딘다)가 학교 연극반 교실에서 처음으로 입술을 맞댈 때, 방사능 유출 사고 경보음이 시끄럽게 울린다. 마을 근처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난 것이다. 마을은 밀려드는 방사능 검은 구름보다 더 빨리 다른 도시로 빠져나가려는 사람들로 아수라장이 된다.

사랑의 두근거림을 진정시키기도 벅찬 나이인 한나와 엘마는 죽음의 공포와 혼돈에 휩싸인 기차역에서 서로를 놓치고 만다.

<클라우드>의 힘은 바로 이 지점부터 출발한다. 이 영화는 재난에 맞선 영웅이 부각되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는다. 영화는 방사능 유출 앞에서 어찌하지 못하는 인간의 고통과 아픔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며 ‘자, 이제 당신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다.

기차역으로 이동하다 어린 동생을 교통사고로 잃은 한나는 도시로 탈출하는 기차에 오르지 못한 뒤 먹구름이 뿜어내는 비를 맞고 방사능에 오염된다. 머리칼이 빠지고, 구토하고, 수척해지는 한나의 모습이 스쳐갈 때마다 형체가 없던 방사능의 실체가 점점 화면 위에서 또렷해진다.

이러니 <클라우드>가 ‘방사능 재난영화’란 외투를 걸쳐 꽤나 무거울 것으로 여겨지겠지만, 그렇지 않다. 감독은 병원에 있던 한나를 기어코 찾아내 곁을 지키려는 엘마와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한나, 두 젊음의 사랑을 감성적 음악과 함께 녹여내 무거움을 빼내는 명민함을 보여준다. 결국 자신도 방사능에 오염되고 마는 엘마와 한나가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웃음을 지으려 할수록, 객석엔 이들의 가슴 떨리는 첫 키스 순간에 덮쳤던 방사능 구름의 무서운 존재감이 강렬하게 전해온다.

2006년 독일에서 제작된 <클라우드>는 2007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계기로 쓴 구드룬 파우제방의 베스트셀러 소설 <구름>이 원작이다. 때늦은 한국 개봉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원자력 발전량 세계 6위인 한국의 현실과 맞물려 2011년에 던지는 이 영화의 물음이 간단치 않게 들린다.

송호진 기자, 사진 마운틴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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