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공개 편지 통해 “영화 ‘고지전’ 변칙상영” 비판
“내가 그런 것처럼 후배들에게 기회주길” 당부
“내가 그런 것처럼 후배들에게 기회주길” 당부
김기덕 감독이 14일 제자인 장훈 감독에게 공개편지를 띄워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점령하고 있는 한국 극장가의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
김 감독은 “한 수입영화(<트랜스포머 3>를 말함)가 한국 극장 60%인 1400개를 걸어 놀랍고 충격적”이라고 입을 뗀 뒤, “설마 한국 영화는 안 그렇겠지 했는데 곧 개봉하는 전쟁영화(장훈 감독의 <고지전>을 일컬음)가 21일 개봉에서 20일로 당기고 그것도 모자라 이삼일 전부터 약 180개 극장에서 2회씩 변칙 상영한다”고 장 감독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장훈 감독은 김기덕 감독의 조감독 출신으로 김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한 <영화는 영화다>로 화려하게 데뷔했으나, 두번째 작품인 <풍산개>를 준비하던 도중 영화계 대자본인 쇼박스의 <의형제> 감독으로 픽업되면서 김 감독과 결별했다. 김 감독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소개된 자신의 영화 <아리랑>에서 장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세게 비난해 화제가 됐다.
김 감독은 “몇 개 남은 극장을 간신히 입소문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풍산개>(감독 전재홍)를 비롯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이 불쌍하지도 않나봅니다”라며 “오랫동안 그 영화를 준비하고 찍은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런 상영방식은 너무하다”고 호소했다. <풍산개>는 김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다.
김 감독은 자신의 제자이기도 했던 장훈 감독과 송명철 피디에게 부탁의 말을 끝으로 남겼다. 그는 “제가 여러분에게 감독과 PD의 기회를 드린 것처럼 어디선가 좌절하고 방황하고 있을 ‘돌파구’ 멤버들을 다시 모아 저를 대신해 이끌어주시고 당신들이 가진 능력으로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또 장 감독을 영입한 쇼박스에 대해서도 “저예산 영화도 적극 제작 지원하여 좋은 신인감독을 많이 발굴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아리랑> 개봉을 9월 이후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그는 “불필요한 오해로 한 젊은 감독의 이미지가 상할까봐 많은 배급사를 거절하고 7월 예정이던 아리랑 개봉까지 뒤로 미뤘는데 정말 섭섭함을 감출 수가 없다”며 “국내 영화제 공개와 개봉은 9월 이후”라고 밝혔다.
권오성 기자 트위터 @5th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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