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
남다은의 환등상자 <초(민망한)능력자들>
어느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는 밥 윌튼(유언 맥그리거)은 한눈에 보기에도 특종 기자와는 거리가 먼 유형의 남자다. 책상을 끼고 앉아 낙서로 시간을 죽이는 이 남자는 심지어 편집장에게 애인마저 빼앗겨 버렸다. 남자로서도, 기자로서도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순간이 오자, 그는 난데없는 이라크행을 결심한다. 때는 1983년, 전장에서 특종을 건져 오겠다는 것. 그러나 이라크 국경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쿠웨이트에 머물던 그 앞에 린 캐서디(조지 클루니)라는 이상한 남자가 나타난다. 영화 <초(민망한)능력자들>의 거대한 농담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린 캐서디는 자신이 미국 육군 비밀부대의 ‘제다이 프로젝트’가 길러낸 초능력자 제다이라고 설명한다. 때에 따라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고, 적의 내면을 읽을 수도 있다는 이 남자의 황당한 진지함은 때마침 특종을 찾아 헤매던 윌튼을 끌어당기고, 둘은 이라크 국경으로 향한다.
미 국방부가 치밀한 정보력과 과학기술로도 접근할 수 없는 핵심 정보들을 획득하기 위해 초능력자들을 양성해온 사실은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제다이 프로젝트’의 초능력은 추구하는 바가 좀 다르다. 린의 기억 속에서 플래시백으로 삽입되는 초능력 특수부대의 정체는 이 영화의 가장 큰 거짓말이지만,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다. 프로젝트의 창시자는 빌 장고(제프 브리지스). 베트남전에 참전중이던 어느 날, 그는 병사들의 20%가량만이 적을 향해 총을 쏘고, 나머지는 의도적으로 빗나가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말하자면 “병사들의 온화한 힘”을 경험한 것이다. 이후 6년간을 히피들과 생활한 그는 전사의 용기와 수도승의 마음을 결합한 일명 ‘신지구군 매뉴얼’을 들고 군에 복귀한다. 그가 꾸린 특수부대에서는 기합을 받는 대신 춤을 추며 욕망을 발산한다. 총을 드는 대신, 꽃다발의 향기를 맡고, 머리카락을 바싹 미는 대신, 풀어헤치거나 곱게 땋아 내린다. 누군가와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시각적 미학을 이용해서 적들의 공격 의욕을 상실시키는 초능력을 익힌다. 제다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자신의 감성을 훈련하여 타자의 감성을 읽는 일이다. 이 부대의 엉성한 논리와 형상이 종종 실소를 터뜨리게 만들지만, 그 실소는 이상하게도 냉소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주와의 공감을 꿈꾸는 영화 속 제다이의 기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다. “병사로서 난 당신의 푸른 물을 마시고 당신의 붉은 진흙 속에 살고 당신의 초록 피부를 먹어야 합니다. 날 균형있게 도우소서. 우주가 날 살게 하는 것을 알기에 내 군화가 당신 얼굴에 입 맞추게 하시고 내 걸음이 당신 심장 박동과 일치되게 하소서.” 세상의 모든 군대가 없어지는 날을 꿈꿀 수 없다면, 적어도 이런 병사들을 꿈꿀 수는 없을까. 지나치게 순진한, 잘 들여다보면 보수적인 발상이라고 해도, 요 몇 주만큼은 이 영화의 농담을, 이 군대의 유토피아를 믿고만 싶어진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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