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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전쟁이 바꾼 엄마의 운명 ‘몰랐으면 편했을’ 그 비밀

등록 2011-07-17 20:19

 21일 개봉하는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
21일 개봉하는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
21일 개봉 ‘그을린 사랑’
‘그을린’이란다. 활활 타 버린 것도 아닌, 재가 돼 사라진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다. 차라리 불타 없어졌으면 잊을 수라도 있지만, 흉하게 그을린 자국은 지우기가 힘들다.

21일 개봉하는 캐나다 영화 <그을린 사랑>의 원제는 ‘그을린’이다. 영화는 전쟁과 폭력이 한 개인에게 남기는 상처와 잔인하게 꼬인 운명을 그을린 담벼락을 보듯 응시하는 영화다. 이탈리아와 독일의 <노래하는 여인>, 북유럽 국가의 <나왈의 비밀>보다 국내에서 소개되는 제목이 영화에 더 잘 어울린다.

캐나다에 사는 쌍둥이 남매 잔(멜리사 데조르모풀랭)과 시몽(막심 고데트)은 어머니 나왈(루브나 아자발)의 유언을 전해 듣고 혼란스러워한다. 전쟁에서 죽은 걸로 알았던 아버지와, 있는지도 몰랐던 형제를 찾아 편지를 전해달라는 게 유언의 내용이다. 편지를 전하기 전까지는 절대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다. 나왈은 이슬람교와 기독교 사이의 갈등으로 내전을 겪는 중동의 한 나라에서 이주한 이민자다. 남매는 어머니의 흔적을 따라 중동으로 떠나고, 학생운동가에서 테러리스트로, 다시 교도소의 ‘노래하는 여인’으로 살았던 어머니의 흔적은 수학 공식을 풀듯 차례로 밝혀진다. 도저히 풀리지 않을 것 같았던 공식이 풀리는 순간, 차마 믿기 힘든 끔찍한 비밀이 밝혀진다. 뒤통수를 후려치는 듯한 마지막 10여분의 충격은 극장을 나선 뒤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다.

4시간짜리 연극을 원작으로 한 <그을린 사랑>은 지난해 베네치아영화제, 토론토영화제, 밴쿠버영화제 등에서 두루 수상하고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오른 완성도 높은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화제가 됐다. 개봉을 앞두고 <한겨레>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은 “2004년 5월, 완벽한 수학 공식처럼 짜인 연극을 처음 본 뒤 다른 작품을 준비하면서 영화의 시나리오를 항상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밀을 찾아가는 스릴러 구조는 그 자체로 흥미진진하고, 우아한 고대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영화에 깔리는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세련된 분위기를 입힌다.

나왈은 왜 굳이 남매가 ‘차라리 몰랐으면 편했을’ 엄청난 비밀을 직접 찾아가도록 했을까. 여기에 영화의 진짜 주제가 담겨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이 영화의 주제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침묵과 분노 뒤에 감춰진 유년의 상처를 들춰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독하게 아픈 비극의 구조 안에 ‘아무리 무서운 운명도 용기 있게 마주해야 극복할 수 있다’는, 의외로 매우 적극적인 세계관을 깔고 있다. 21일 개봉.

박보미 기자, 사진 프리비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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