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영화 <고지전>의 배우 이제훈(왼쪽)과 장훈(오른쪽) 감독이 멀리 인왕산을 배경으로 손을 맞잡고 카메라 앞에 섰다. 형제처럼 보이는 두 사람은 “영화 촬영 6개월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결과물이 재미있게 잘 나와 기쁘다”고 말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장훈 감독·배우 이제훈이 말하는 ‘고지전’
장훈 죽고 죽여야만 하는 인물들 다양한 캐릭터에 신경 집중
이제훈 아직 군대 간 건 아니지만전쟁 절대 일
장훈 죽고 죽여야만 하는 인물들 다양한 캐릭터에 신경 집중
이제훈 아직 군대 간 건 아니지만전쟁 절대 일
“10대 소년 같았어요. 나이를 듣고 놀랐죠.”(장훈)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으로 덜덜 떨었어요. ‘이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했는데, 기회가 빨리 온 거죠.”(이제훈)
첫 만남을 되새기면서 감독은 배우의 앳된 얼굴을, 배우는 감독 앞에서 긴장하던 스스로를 떠올렸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짜 하고 싶은 걸 해 보자”는 마음으로 대학을 덜컥 휴학하고 연기판에 뛰어든 젊은 배우에게 충무로의 가장 ‘핫’한 감독과의 만남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한순간이 될 수도 있을 터. 감독은 “하나도 안 떨던데?”라며 야무진 첫인상의 배우가 애써 감췄던 긴장을 이제야 깨닫는다. 20일 개봉을 앞둔 <고지전>의 장훈(36) 감독과 배우 이제훈(27)을 지난 1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지전>은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7월부터 25개월 동안 이어진 휴전협상 기간에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를 두고 남북한 병사들이 벌인 전투를 다뤘다. 군 방첩대의 강은표중위(신하균)가 ‘적과의 내통자’를 찾기 위해 애록고지를 찾으며 직접 겪는 처절한 고지전이 주된 내용이다.
패기 넘치는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2008)와 관객 546만명을 모은 <의형제>(2010)로 충무로에 이름 두자를 확실히 기억시킨 장 감독의 세번째 장편.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 대본을 쓴 박상연 작가와의 만남, 한국전쟁의 숨겨진 전투를 찾는다는 소재, 115억원의 예산, 신하균과 고수의 출연으로 진작부터 2011년 가장 기대되는 영화로 관심을 모았다.
“서로 다른 캐릭터들을 살리는 데 가장 신경을 썼다”는 감독의 말처럼 <고지전>은 싸우는 이유도 잊고 서로 죽고 죽이는 등장인물 각각의 개성을 생생히 그린다. 이제훈은 ‘악어부대’의 스무살 남짓한 신일영 대위를 맡아 신하균, 고수 등에게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상반기 독립영화로는 ‘초대박’급인 관객 2만여명을 모은 <파수꾼>에서 고등학생 ‘기태’ 역을 맡아 어딘지 위태로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에너지를 뿜어낸 그는 <고지전>으로 연기력과 스타성을 갖춘 기대주로 떠올랐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 속에서 “삶보다 죽음을 먼저 배운” 그는 “아직 군대를 간 건 아니지만,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폭파가 계속되는 힘든 환경에, 여러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돌아가 정신이 없을 때” 극중 김수혁 중위 역의 고수는 친형처럼 카메라 위치와 연기 호흡을 섬세하게 챙겨줬다. “해 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배우에게 <고지전>과 동료 배우들은 훌륭한 교과서가 됐다.
<고지전>의 또다른 주인공은 바로 경남 함양 백암산의 일부를 깎아 만든 ‘고지’. 장 감독은 전쟁 당시 실제 고지를 찍은 사진에서 “상처 입은 사람의 슬픈 얼굴”을 봤다. “반복되는 싸움으로 문드러진 고지의 모습이 마치 찢어지고 터진 상처를 입은 사람처럼 보였다”는 것. “모든 전쟁영화는 반전영화”라는 말마따나, <고지전>은 진중한 반전영화이기도 하다. 액션 연출에 탁월한 장 감독이지만 전투 장면에서 단순한 쾌감 대신 그 속에 표현되는 ‘정서’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감독이 장난스레 살짝 일러 준 비밀 하나. 영화에서 탄식이 절로 나오는 ‘똥 장면’은 초코파이로 완성됐다. 초코파이를 주재료로 만든 ‘그것’은 남북한 병사들이 고지 구석 비밀 공간에서 벌이는 동화 같은 ‘내통’에 강력한 사실감을 입힌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50만명. 영화 두편으로 충무로 재목이 된 장훈 감독과, 인상적인 연기 내공을 펼친 이제훈 모두에게 성공적인 필모그래피가 추가될 수 있을까. 인터뷰 당일 장 감독의 옛 스승 김기덕 감독은 <고지전>의 배급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영화 후반 작업 중 메이저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계약한 자신을 두고 “자본주의 유혹에 빠져 나를 떠났다”는 김 감독의 발언이 나오자 장 감독은 인터넷 검색을 못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 감독님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7월20일 개봉.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한국전쟁 당시인 1951년 7월부터 25개월 동안 이어진 휴전협상 기간에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를 두고 남북한 병사들이 벌인 전투를 다룬 영화 <고지전>
감독이 장난스레 살짝 일러 준 비밀 하나. 영화에서 탄식이 절로 나오는 ‘똥 장면’은 초코파이로 완성됐다. 초코파이를 주재료로 만든 ‘그것’은 남북한 병사들이 고지 구석 비밀 공간에서 벌이는 동화 같은 ‘내통’에 강력한 사실감을 입힌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450만명. 영화 두편으로 충무로 재목이 된 장훈 감독과, 인상적인 연기 내공을 펼친 이제훈 모두에게 성공적인 필모그래피가 추가될 수 있을까. 인터뷰 당일 장 감독의 옛 스승 김기덕 감독은 <고지전>의 배급 행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냈다. 영화 후반 작업 중 메이저 투자배급사 쇼박스와 계약한 자신을 두고 “자본주의 유혹에 빠져 나를 떠났다”는 김 감독의 발언이 나오자 장 감독은 인터넷 검색을 못할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 감독님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며 말을 아꼈다. 7월20일 개봉.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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