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마을 이장 강동삼씨가 옛 광산이 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추억의 영화축제 상영작 중 하나인 <검사와 여선생> 무성영화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
철산마을 강동삼씨 ‘추억의 영화제’ 기획
“인적끊긴 마을에 활기 넣자”
천막극장·추억의 작품 준비
‘갯마을’ 김수용 감독 등 초청
“인적끊긴 마을에 활기 넣자”
천막극장·추억의 작품 준비
‘갯마을’ 김수용 감독 등 초청
“우리 마을에서 영화제 한번 해보겠습니다.”
두달여 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에 강원도 산골에서 50대 남성이 찾아왔다. 그가 불쑥 꺼내든 제안에 자료원 쪽은 적잖이 당황했다. 자료원 관계자는 “리 단위 마을 이장님이 농사짓다 말고 오셔서 겁없이 영화제를 한다며 지원을 부탁했어요. 처음엔 믿지못했죠”라고 떠올렸다.
그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거기서도 더 들어가는 장승2리 철산마을의 ‘이장님’, 강동삼씨다. “젊은 놈이 이장을 해서 우리 좀 잘 살게 해줘”라고 동네 어른들이 보채는 통에 이장을 맡은 게 4년 전. ‘동네 젊은이’라지만, 그의 나이도 52살이다. 밤낮으로 마을을 위해 뛰어다녀 ‘귀신 이장’으로도 불리는 강씨가 국내에서 가장 작은 ‘산골마을 영화제’를 열겠다며 일을 벌인 것이다.
지난 25일 사항골 계곡물이 흐르는 마을에서 만난 그는 영화제 개최를 뿌듯해했다.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겠더라고. 이래봬도 우리 마을에 극장이 있었거든요”
지난 1995년 폐광하기 전까지 장승리 일대에는 국내 철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양양철광산이 있었다. 한때 800여 가구가 북적대며 살았다.
“극장까지 있어서 양양군, 속초 사람들도 영화를 보러왔죠. 3교대였던 광부들도 일이 끝나면 영화를 봤고요. 두줄씩 40~50미터까지 늘어설 정도였죠.”
극장은 화재 등을 겪으며 1968년 즈음에 없어졌다. 폐광촌이 되면서 장승4리까지 있던 동네는 3개리로 줄었다. 철광촌 핵심 마을이던 장승2리도 23가구 53명만 남았다. 아이들이라곤 초등학교 6학년 한명 뿐이다.
강씨는 인적이 끊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철산마을 추억의 영화축제’(8월12~13일)를 기획했다. 영상자료원 협조를 받아 첫날엔 <마음의 고향>(1949) <갯마을>(1965), 둘째날엔 <시집가는 날>(1956) <5인의 해병> (1961), 국내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을 무료상영한다. 첫날 <검사와 여선생>이란 1948년작 무성영화를 틀면서, ‘변사경연대회’도 연다. <갯마을>의 김수용 감독, <5인의 해병>의 김기덕 감독도 이 별난 영화제를 찾는다. <마음의 고향>은 그 시절 이 마을 극장처럼 16㎜ 옛 영사기로 튼다. 마술공연, 자석과 철가루로 그림을 그리는 체험 행사도 준비했다.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을로 가는 시내버스가 관객들을 실어나른다. “옛 극장터에 400명까지 들어가는 천막 극장을 만들고 있어요. 의자 놓고, 앞줄엔 멍석도 깔겁니다. 동네 어른들이 마을 꽃길도 예쁘게 가꾸었죠.” 81년 속초에서 이 마을로 들어온 그는 양양군, 고성, 속초까지 포스터를 붙이며 홍보를 하고 있다. 4쪽짜리 팜플릿도 만들었다. 이 영화제로 마을이 10월 발표되는 ‘새농촌 건설사업 마을’로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다른 지방 분들도 들어와 살고 싶은 마을, 고향을 떠난 분들도 돌아오고 싶은 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영화축제로 마을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영화제에 가면 ‘도둑놈 밥상’을 싼 값에 먹을 수 있단다. 도토리묵 국수와 야채를 넣어 쓱쓱 비벼먹는 특별한 밥이라는데, “아주 그냥 밥 도둑이 따로 없다”나. 양양/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강씨는 인적이 끊긴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며 ‘철산마을 추억의 영화축제’(8월12~13일)를 기획했다. 영상자료원 협조를 받아 첫날엔 <마음의 고향>(1949) <갯마을>(1965), 둘째날엔 <시집가는 날>(1956) <5인의 해병> (1961), 국내 최초 장편 애니메이션 <홍길동>(1967)을 무료상영한다. 첫날 <검사와 여선생>이란 1948년작 무성영화를 틀면서, ‘변사경연대회’도 연다. <갯마을>의 김수용 감독, <5인의 해병>의 김기덕 감독도 이 별난 영화제를 찾는다. <마음의 고향>은 그 시절 이 마을 극장처럼 16㎜ 옛 영사기로 튼다. 마술공연, 자석과 철가루로 그림을 그리는 체험 행사도 준비했다. 양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을로 가는 시내버스가 관객들을 실어나른다. “옛 극장터에 400명까지 들어가는 천막 극장을 만들고 있어요. 의자 놓고, 앞줄엔 멍석도 깔겁니다. 동네 어른들이 마을 꽃길도 예쁘게 가꾸었죠.” 81년 속초에서 이 마을로 들어온 그는 양양군, 고성, 속초까지 포스터를 붙이며 홍보를 하고 있다. 4쪽짜리 팜플릿도 만들었다. 이 영화제로 마을이 10월 발표되는 ‘새농촌 건설사업 마을’로 선정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다른 지방 분들도 들어와 살고 싶은 마을, 고향을 떠난 분들도 돌아오고 싶은 마을로 만들고 싶어요. 영화축제로 마을이 다시 살아났으면 좋겠어요.” 영화제에 가면 ‘도둑놈 밥상’을 싼 값에 먹을 수 있단다. 도토리묵 국수와 야채를 넣어 쓱쓱 비벼먹는 특별한 밥이라는데, “아주 그냥 밥 도둑이 따로 없다”나. 양양/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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