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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범인을 본 목격자가 시각장애인이라면…

등록 2011-07-31 20:25

영화 <블라인드>의 김하늘
영화 <블라인드>의 김하늘
스릴러의 공식 깬 ‘블라인드’
범인 미리 공개·반전 없어도
소리·피부로 긴장감 와닿아
영화 <블라인드>는 초반부터 범인의 얼굴과 그의 범죄 행각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이 스릴러영화는 정체 모를 범인과 사건의 실체를 영화 속 등장인물과 관객이 함께 찾아나가는 방식이 아니다. 관객은 아는 범인의 얼굴을 모르는 인물들, 그를 찾아가는 노곤함과 그 과정에서 범인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영화를 끌고 간다. 이미 공개된 범인을 찾아가는 점이나, 범인이 젊은 여자를 노리는 변태적인 살인범이라는 점에서 영화는 <추격자>(2008)와 닮아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블라인드>의 긴장은 사건 해결에 가장 중요한 목격자이자, 나중엔 범인의 추격을 받기도 하는 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에서 생겨난다. 공교롭게도 주인공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범인의 얼굴을 모르는 단 한 명이다. 으슥한 곳에서 갑자기 등이 서늘해지는 오싹함 같은 느낌이 스크린에서 시각과 청각 등 공감각들로 표현된다.

경찰대생인 수아(김하늘)는 자동차 사고로 두 눈의 시력을 잃는다. 사고 뒤 3년 동안 맹인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앞이 안 보이는 생활에 차츰 적응하고 학교에 재입학을 신청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다 우연히 탄 택시가 뺑소니 사고를 낸 것을 ‘느끼고’ 경찰에 신고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대신 발달시킨 청각과 촉각 등의 감각과 경찰지망생다운 추리력으로 사건의 정황을 세밀하게 진술한다. 수아를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되던 중, 사건을 ‘눈으로 본’ 또다른 목격자 기섭(유승호)이 등장해 수아와는 상반된 주장을 한다. 두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펼치던 경찰은 사고가 최근 일어난 여대생 실종사건과 관련이 있음을 알아내고, 범인은 사건의 목격자인 수아와 기섭을 끔찍하게 위협한다.

<블라인드>는 충격적인 반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스릴러 영화의 재미를 잘 살렸다. 빼어난 액션 스타가 나오지 않아도 추격과 결투 장면에서는 밀도 높은 긴장이 전해진다. 지하철에서 범인에게 쫓기는 수아가 스마트폰의 영상통화 기능으로 기섭의 도움을 받으며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영화는 신체 장애를 주요 소재로 쓰면서도 그 장애를 의도적으로 비하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준다. 손목에 그어진 두 줄의 자국에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된 수아의 고통이 함축되고, 영화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비하를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그의 장애는 사건 해결에 때로 답답한 걸림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수아는 남의 도움만 받는 소극적인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결국엔 범인을 붙잡는 적극적인 행위자가 된다. 지난달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11일 개봉.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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