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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다큐로 CG로 풀어낸 ‘인간과 자연의 공존 방정식’

등록 2011-08-14 20:00수정 2011-08-14 20:02

다큐멘터리 영화 <원라이프>
다큐멘터리 영화 <원라이프>
‘원라이프’ ‘혹성탈출’ 17일 나란히 개봉
원라이프
4년간 7대륙 동물의 사생활 야생의 맨얼굴 영상 속으로

이놈들이 딱딱한 야자열매를 먹기나 할 것 같냐고? 까짓것, 이것쯤이야란 표정으로 껍질 벗기고 일주일 말렸다가 돌덩이로 내리쳐 쪼개 먹는 ‘갈색꼬리감기원숭이’를 보면,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갈 것이다. 손톱 크기만한 ‘딸기독화살개구리’가 밥알만한 올챙이 새끼를 등에 이고 천적을 피해 힘겹게 나무를 오르는 ‘모정’은 손톱 크기 이상의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원라이프>(위 사진)는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생생한 삶을 보여준다. 몽둥이를 손으로 잡아 막아낸다. 인간의 명령엔 “노(No)!”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손에 창을 쥔 침팬지, 고릴라들은 총을 든 사람들을 하나둘 쓰러뜨린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아래)은 ‘다큐’가 담아낼 수 없는 ‘유인원들의 반격’을 시지 기술로 구현해낸다.

17일에 같이 개봉하는 두 영화는 인간과 자연은 공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며, 인간의 잣대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말 것을 주문한다. 다큐와 할리우드 시지 영화란 이질적 장르가 이러한 주제의식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한묶음으로 묶어서 아이들과 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 <원라이프> 쏜살같이 달아나는 ‘붉은긴코땃쥐’와 그 뒤를 쫓는 도마뱀의 추격전, 붉은여우를 피해 90도에 가까운 절벽 경사면에 위태롭게 서서 위기를 모면하는 새끼 아이벡스의 탈출은 극영화 같은 긴박감까지 준다. 꼬리로 바닥을 쳐서 진흙탕물을 일으킨 뒤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수면 위로 물고기가 튀어오르면 입만 벌리고 받아먹는 ‘병코돌고래’의 모습에선 ‘우~와’ 하는 탄성이 나올 수 있다. 온천욕을 즐기며 눈을 지그시 감는 일본원숭이들의 풍경은 동네 목욕탕에서 흔히 보던 장면이라 미소를 짓게 한다. 놀아달라고 떼쓰는 아들이 귀찮으면서도 누군가 접근하는 소리가 들리자 손으로 가슴을 퉁퉁 치며 경계하는 아빠 고릴라, 몸이 하얗게 얼어도 아이를 위해 남극 바람을 막아주는 엄마 물범, 6개월간 새끼들 곁을 지키다 죽는 대왕문어 등에선 인간 못지않은 부정과 모정도 느껴진다.

<원라이프>는 영국 <비비시>(BBC)가 2009년 10부작으로 방영한 방송 다큐멘터리 시리즈 <라이프> 가운데 인기를 모았던 동물들의 삶을 추려 극장판으로 다시 제작한 것이다. 제작 기간 4년, 제작비 400억원이 들어갔다. 7대륙의 밀림과 벌판, 바닷속, 하늘 상공 등을 가리지 않고 촬영해 뛰어난 영상미를 만들어냈다. 84분간 동물들의 에피소드가 차례로 소개되고, 개그맨 이수근과 아역배우 김유정이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내레이션을 풀어간다. 차라리 영국처럼 <007 시리즈 22탄>의 제임스 본드였던 대니얼 크레이그에게 전문적 설명을 맡긴 내레이션 형식이 더 좋았겠다며 아쉬워할 관객들도 있음 직하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혹성탈출
인간탐욕 맞선 침팬지 반란 진짜같은 표정 묘사 돋보여


■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고릴라와 침팬지가 화면 가득 나오는 영화는 보기 싫다는 관객이 아니라면, 입의 실룩거림과 유인원들의 미세한 표정까지 포착한 시지에 감탄하고 말 것이다. ‘아니, 저기 나오는 침팬지들을 죄다 시지로 만들었다고?’라며 놀라게 될 것이란 얘기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 <킹콩>에서 킹콩을 맡았던 앤디 서키스가 이번에도 특수의상을 입고 주인공 침팬지 ‘시저’를 연기하고, 그 위에 시지 기술을 얹혔다.

<혹성탈출> 시리즈는 1968년 처음 제작돼 7편이 만들어졌다. 이번 시리즈는 시저가 어떻게 지능을 얻어 유인원의 지도자가 됐는지 그 기원을 다룬다.

제약회사 연구원 윌(제임스 프랭코)은 지능을 높이는 약을 개발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려고 한다. 이 약의 임상실험에 사용된 챔팬지가 소동을 일으켜 사살되고, 그 약의 효험이 담긴 유전자를 안고 태어난 챔팬지 시저는 자라면서 인간의 지능을 넘본다. 동네에서 소란을 피워 보호소에 갇힌 시저는 자신들을 가두고 이용하는 인간의 오만을 깨닫고 반란을 주도한다. 동물에 대한 마구잡이 임상실험 등을 통해 탐욕을 채우려는 인간에 대한 경고이자 응징이다.

이전 시리즈를 보지 않았어도, 이 영화는 독립적으로 즐길 수 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며 인간에 대한 반격을 주도하는 시저 등 침팬지에 대한 심리묘사도 섬세하다. 영화가 침팬지에 쏟은 열정만큼, 자연의 순리와 윤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욕심을 채우려는 인간의 모습을 좀더 두툼하고 치밀하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그랬다면 침팬지들이 왜 저렇게 가슴을 두들기며 울분을 토하는지 더 극명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씨너스엔터테인먼트, 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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