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강원 양양군 철산마을에서 열린 ‘추억의 영화축제’에서 <5인의 해병>을 연출한 김기덕 감독이 영화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양 폐광촌 철산마을 ‘추억의 영화축제’ 가보니
외부인들 찾아와 ‘활기’ 마술쇼·보물찾기 행사도
외부인들 찾아와 ‘활기’ 마술쇼·보물찾기 행사도
영화 <5인의 해병>(1961년 작)은 갑자기 6인, 7인의 해병이 됐다. 영사기 앞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다 스크린에 비치는 꼬마들의 그림자가 신영균, 최무룡, 황해, 박노식, 곽규석 등 배우들과 한 화면 속에 소대원처럼 뒤섞였다. 이 ‘꼬맹이’들은 엄마, 아빠와 같이 바닥에 깔린 멍석에 눕거나, 뒹굴며 영화를 봤다. 영화 <시집가는 날>(1956년)은 버터맛 팝콘 대신 삶은 옥수수를 들고 온 할머니들의 웃음보를 몇번이나 터뜨렸다.
“오랜만에 동네에 사람이 북적이니까 좋지. 애들 소리도 많이 들리고….” 야외 식당에서 일손을 보태겠다며 나온 정옥화(83) 할머니의 얼굴이 환히 펴졌다. 마을 주민이라고 해봐야 23가구 53명뿐인 ‘산골마을 폐광촌’이 모처럼 들썩였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장승2리 철산마을에서 지난 12~13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영화제인 ‘추억의 영화축제’가 열렸다. 한때 800가구가 살았던 이 마을은 1995년 폐광촌이 되기 전까지 국내 철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진 양양광업소가 있던 곳이다. 주민들은 산나물 축제 같은 비슷비슷한 축제 말고, 광산업 호황 시절 가근방에서 온 영화 관람객들로 북적대는 극장이 있던 마을답게 영화축제를 해보자며 판을 벌였다. 이곳을 떠난 이들도 다시 오고 싶은 활기 넘치는 마을로 만들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광부들의 사택과 극장이 있던 터에 150명까지 들어가는 천막 극장도 세웠다. 영상자료원의 협조를 받아 <마음의 고향> <갯마을> 등 옛 영화들을 상영했다. 2000원짜리 국수랑 3000원짜리 비빔밥마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양을 듬뿍 얹어주는 ‘손 큰’ 식당도 차렸다. 마술쇼, 보물찾기 등 행사도 진행됐다. 포항에서 왔다는 김상호(33)씨는 영화축제 둘째 날인 13일 <시집가는 날>을 본 뒤, “영화제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고 했다. <5인의 해병>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까지 연 김기덕 감독은 “내 영화를 천막 극장에서 틀기는 처음”이라며 “산골에서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왔는데, 다 보상받은 느낌”이라며 허허 웃었다.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1948)을 보고, 변사경연대회가 펼쳐진 첫날 저녁엔 극장이 가득 찰 정도였다. 양양군에 사는 한상우(44)씨는 “아버지가 광업소에서 일했는데, 명절 때 이곳 목욕탕에서 목욕하던 기억도 나서 아이들과 같이 왔다”며 “양양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 된 마을에서 영화축제를 하다니 대단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자라 밖으로 떠난 자녀들도 영화제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내어 꽤 많이 마을을 찾았다.
강동삼(52) 이장은 “날씨도 덥고, 교통편이 불편해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지 못했지만, 마을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했다. 영화제가 끝날 즈음, 기타공연단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탱고음악 등을 연주했다. 탱고 선율은 폐광촌이 된 이후 16년 만에 생기가 돈 주민들의 들뜬 마음과 섞여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양양/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윤여준 “위장전입·투기 안하면 무능…MB는 무능한 사람 안써”
■ 정원초과 선발…서울대 로스쿨, 법 어겼다
■ 한국방송, 항일음악가 정율성 특집 돌연 보류
■ 여 “무상급식 투표 33.3% 못넘는 선거구 불이익”
■ “한-미, 을지훈련때 김정일 체포연습”
‘추억의 영화축제’의 천막 극장 모습.
“오랜만에 동네에 사람이 북적이니까 좋지. 애들 소리도 많이 들리고….” 야외 식당에서 일손을 보태겠다며 나온 정옥화(83) 할머니의 얼굴이 환히 펴졌다. 마을 주민이라고 해봐야 23가구 53명뿐인 ‘산골마을 폐광촌’이 모처럼 들썩였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장승2리 철산마을에서 지난 12~13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영화제인 ‘추억의 영화축제’가 열렸다. 한때 800가구가 살았던 이 마을은 1995년 폐광촌이 되기 전까지 국내 철생산량의 60% 이상을 책임진 양양광업소가 있던 곳이다. 주민들은 산나물 축제 같은 비슷비슷한 축제 말고, 광산업 호황 시절 가근방에서 온 영화 관람객들로 북적대는 극장이 있던 마을답게 영화축제를 해보자며 판을 벌였다. 이곳을 떠난 이들도 다시 오고 싶은 활기 넘치는 마을로 만들어보자고 나선 것이다. 광부들의 사택과 극장이 있던 터에 150명까지 들어가는 천막 극장도 세웠다. 영상자료원의 협조를 받아 <마음의 고향> <갯마을> 등 옛 영화들을 상영했다. 2000원짜리 국수랑 3000원짜리 비빔밥마저 너무 비싼 것 아니냐며 양을 듬뿍 얹어주는 ‘손 큰’ 식당도 차렸다. 마술쇼, 보물찾기 등 행사도 진행됐다. 포항에서 왔다는 김상호(33)씨는 영화축제 둘째 날인 13일 <시집가는 날>을 본 뒤, “영화제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고 했다. <5인의 해병>을 상영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까지 연 김기덕 감독은 “내 영화를 천막 극장에서 틀기는 처음”이라며 “산골에서 영화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왔는데, 다 보상받은 느낌”이라며 허허 웃었다.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1948)을 보고, 변사경연대회가 펼쳐진 첫날 저녁엔 극장이 가득 찰 정도였다. 양양군에 사는 한상우(44)씨는 “아버지가 광업소에서 일했는데, 명절 때 이곳 목욕탕에서 목욕하던 기억도 나서 아이들과 같이 왔다”며 “양양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 된 마을에서 영화축제를 하다니 대단하다”고 했다. 이곳에서 자라 밖으로 떠난 자녀들도 영화제 기간에 맞춰 휴가를 내어 꽤 많이 마을을 찾았다.
강동삼(52) 이장은 “날씨도 덥고, 교통편이 불편해 생각보다 많은 분이 오지 못했지만, 마을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했다. 영화제가 끝날 즈음, 기타공연단이 영화 <여인의 향기>에 나오는 탱고음악 등을 연주했다. 탱고 선율은 폐광촌이 된 이후 16년 만에 생기가 돈 주민들의 들뜬 마음과 섞여 묘한 흥분을 일으켰다. 양양/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윤여준 “위장전입·투기 안하면 무능…MB는 무능한 사람 안써”
■ 정원초과 선발…서울대 로스쿨, 법 어겼다
■ 한국방송, 항일음악가 정율성 특집 돌연 보류
■ 여 “무상급식 투표 33.3% 못넘는 선거구 불이익”
■ “한-미, 을지훈련때 김정일 체포연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