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시추선에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
12~15일 32만 관람 그쳐…악평탓 200만서 주춤
주인공 하지원이 이 프로그램, 저 프로그램 얼굴을 내밀며 영화를 알렸지만 힘에 부친다. ‘한국 영화 최초 3디(D) 블록버스터’란 차별화된 홍보문구도 있었지만 파괴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석유 시추선에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가 내심 기대한 ‘1000만 흥행’의 광구를 찾지 못한 채 주춤하고 있다.
1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를 보면, 지난 4일 개봉한 <7광구>는 3일간의 휴일이 포함된 12~15일 나흘간 32만9679명을 모았다. 누적관객은 211만4395명이다. <7광구>는 같은 연휴기간 동안 134만8522명이 본 <최종병기 활>(총 174만4765명), 57만5325명을 모은 <블라인드>(총 75만8430명), 40만1604명이 찾은 <개구쟁이 스머프>, 34만6085명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총 139만864명)에 이어 5위로 떨어졌다. 개봉 첫주 4일간 135만명을 모으며 관객순위 1위로 시작했던 <7광구>의 상승세가 누그러진 분위기이다. 개봉관 수도 900개 남짓에서 500개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충무로에선 개봉 첫주 이 영화를 본 135만명이 또다른 관객을 유인하는 ‘입소문의 전사’로 활약하는 대신 ‘악평’의 생산자와 유통자가 된 데에서 뒷심 부족의 원인을 찾는다. 100억원대 대작, 컴퓨터 그래픽(CG) 기술 등에 대한 기대감이 섞여 영화관을 찾았지만, 이야기 전개와 등장인물 묘사가 헐거운 탓에 그만큼 실망하고 나온 관객이 많았다는 것이다. <1번가의 기적> <해운대> 등을 연출하고 이번에 제작자로 나선 윤제균 감독의 인간미 섞인 코미디의 장점도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관객은 과학기술을 보러가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러가는 것”이라며 “‘괴물과 인간이 싸운다’는 것 외엔 이야기가 단순하고, 인물에 감정이입할 스토리도 부족하다. 안일한 시나리오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관객은 영화 <아바타> 등을 통해 3디, 시지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다”며 “맛있는 된장국을 먹어본 관객에게 맛이 떨어진 된장국이라도 한국 최초 3디를 만들었으니 먹어보라고 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다른 영화 제작사 관계자도 “화려한 시지와 3디 효과가 있으면 관객이 찾을 것으로 오인했던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관객들이 국내 영화를 찾는 건 한국 영화만의 웃음 포인트와 우리 정서를 담은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서다. <7광구>가 이런 점을 간과했다”고 평했다.
투자·배급사였던 씨제이이앤엠(CJ E&M) 쪽은 “할리우드 제작비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국내 첫 3디 블록버스터를 만든 것까지 평가받지 못하고, 영화가 희화화되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배수정 씨제이이앤엠 영화부문 홍보팀장은 “입장료가 높은 3디 외국 영화들이 한국에 들어와 수입을 많이 챙겨가는 상황에서, 우리도 <7광구>를 통해 3디 기술을 국내에 축적한 것은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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