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오늘 개막…칸 화제작 ‘아리랑’ ‘아웃사이드 사탄’ 등 선봬
1998년 도쿄국제영화제. 당시 <아름다운 시절>로 금상을 받은 이광모 감독에게 <작은 마을>로 은상을 탄 터키 출신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이 찾아왔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이 “<아름다운 시절> 테이프를 간직하고 싶다”고 부탁했고, 이 감독이 테이프를 선물하며 둘의 인연이 맺어졌다.
이광모 감독은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집행위원장 신분으로 방문해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과 해후했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은 당시 칸 영화제에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나톨리아>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는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에 참여해달라는 이광모 위원장의 요청에, 자신의 수상작을 한국에 보내겠다고 화답했다. 17일 개막하는 5회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CINDI)에선 누리 빌게 제일란 등 국내외 유명 감독들의 여러 작품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세계 디지털영화의 최신 흐름을 엿보는 영화제에선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도 국내 첫 상영을 한다. 주목할 만한 시선에 같이 진출한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사진)도 개막작으로 선정돼 처음 소개된다. 역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올랐던 브뤼노 뒤몽(프랑스) 감독의 <아웃사이드 사탄>도 이번 영화제를 찾는다.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엉클 분미>의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감독은 영화제 홍보영상(트레일러)을 찍어 보내왔다. 마치 서울에서 칸 영화제를 느끼는 기분을 덤으로 누릴 수 있다.
이란의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유명 감독 6명이 참여한 <머리카락×6>, 체코 애니메이션 거장 얀 슈반크마예르의 <살아남아라>, 아이폰으로 촬영해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 단편경쟁부문 황금곰상을 받은 박찬욱·박찬경 형제 감독의 <파란만장> 등도 만날 수 있다. 한국 영화 새 인재를 발굴하는 ‘버터플라이 프로젝트’ 부문엔 <최종병기 활>의 박종철 촬영감독이 연출한 <수선화> 등 15편이 올랐다. 소리가 사라진 채 복원된 김기영 감독의 유작 <죽엄의 상자>(1955년)가 어어부밴드의 백현진 등의 연주와 함께 특별 상영된다. 영화제는 23일까지 서울 압구정동 씨지브이(CGV)에서 열린다. 32개국 영화 100편이 출품됐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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