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문의 수난>의 배우 김수미·탁재훈·신현준·정준하(왼쪽부터).
‘가문의 영광 4…’
처음부터 이 영화에서 엄청난 무엇을 기대하는 관객은 없을 테다. 탄탄한 스토리도, 촘촘한 짜임새도, 코끝 찡한 감동도 찾으려는 미덕은 아니다. 편안한 의자에 기댄 채 그저 깔깔거릴 수 있는 두 시간, 그거면 충분했다. 화장실 유머라도 괜찮고, 맥락 없는 몸개그도 용서해줄 수 있다. 문제는, ‘대놓고 웃긴다’던 코미디 영화가 ‘웃기는 것’마저 실패한다는 데 있다. <가문의 영광> 시리즈의 4편 <가문의 수난>은 잊힐 만하면 찾아오는 추석용 기획 코미디 영화지만, 전편의 흥행 성공과 배우들의 이름값만으로는 이제 버티기 힘들다는 인상을 남긴다.
2006년 <가문의 부활>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가문의 수난>은 김수미, 신현준, 탁재훈, 임형준, 정준하 등 전편 배우들이 대부분 출연하면서 ‘조폭 가족’의 친숙한 코미디를 반복한다. 출국 금지가 풀린 홍 회장(김수미) 일가는 일본에서 ‘기무치’에 밀려 고전하는 ‘김치’의 시장 조사를 위해 난생처음 일본으로 해외여행을 떠난다. 도착하자마자 은행강도에게 돈가방을 뺏긴 홍 회장 일가는 언어 장벽 때문에 자신들이 수배됐다고 오해한다. 돈가방 찾으랴, 경찰 피해 다니랴 온갖 수난을 겪던 이들은 급기야 야산에서 원시 생활까지 겪는다.
영화는 욕설과 몸개그, 바보 연기, ‘방귀 폭탄’ 등 가능한 모든 개그코드를 선보이려 하지만 성공적으로 웃음을 만들어내진 못한다. 코미디 연기에 능한 배우들의 재능도 지루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흐름에 묻혀버린다.
그러나 흥행은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가문> 시리즈의 2, 3편은 혹평 속에서도 추석 연휴 기간 개봉해 각각 500만, 300만 이상 관객을 모았다. 정지욱 평론가는 “전국 관객을 다 합치면 서울 관객의 1.5배”라며 전국 관객의 힘이 영화 흥행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웃기기’라는 목표를 제대로 이루지 못한 듯한 이 영화가 흥행에선 ‘수난’ 대신 ‘영광’을 이어갈지, 아직은 모른다.
박보미 기자, 사진 뉴(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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