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토너먼트에 앞서 프로레슬러 출신 안토니오 이노키(왼쪽 둘째)가 격려인사를 전하는 모습.
일 걸그룹 ‘AKB48’ 토너먼트
CGV 생중계 보며 관객 함성
극장 수익창출 다변화 전략
CGV 생중계 보며 관객 함성
극장 수익창출 다변화 전략
“워~워~워~장·켄·뽀(가위바위보)!”
일본 도쿄 부도칸 공연장에 모인 팬들의 함성에 맞춰 한국 관객들도 같이 소리친다.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가 이기면 축구경기에서 결승골이 들어간 듯 일어나 야광막대기를 흔들며 환호한다. 진 멤버가 눈물이라도 흘리면 “울지 마!”를 외치고, 듣지 못할 걸 알면서도 “(나를) 보고 있지?”라며 멤버 이름을 부른다. “미네기시 미나미! 네가 센터 먹으러 왔다”는 외침도 들리는데, ‘센터?’ 이게 뭔 소리일까 싶을 것이다.
20일 저녁 서울 시내 복합상영관 씨지브이(CGV)영등포에선 영화만 보는 기존 극장의 모습과 다른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상영 중엔 휴대전화까지 꺼주는 것’이 예의지만, 이곳에선 소리지르고 싶을 대로 지르는 것이 미덕이었다. 관객들은 이날 저녁 6시부터 3시간30분 동안 일본 인기 걸그룹 ‘에이케이비(AKB)48’ 멤버들의 ‘가위바위보 토너먼트’ 현지 생중계를 극장에서 보려고 몰려온 팬들이었다. 이들은 1관과 4관을 합쳐 1만5000원짜리 500석을 거의 채웠다.
이날 생중계된 ‘가위바위보’ 이벤트는 여러모로 규칙이 독특했다. 토너먼트에서 16강에 든 멤버들만 12월 발매될 ‘AKB48’의 24번째 싱글앨범 타이틀곡을 부를 수 있고, 우승자에게는 공연할 때 핵심 자리인 ‘센터’(가운데)에 설 수 있는 자격을 준다. 현지 이벤트엔 연습생 포함 76명이나 되는 ‘AKB48’ 전체 멤버들 가운데 58명, 자매그룹 ‘에스케이이(SKE)48’ 5명 등 68명이 출전했다. 극장에 모인 팬들은 대진표까지 들고와 멤버 시노다 마리코가 우승하는 것을 지켜봤다. 친구들과 같이 온 김보람(22)씨는 “센터 멤버를 바꾸는 등 여러 이벤트들이 신선해 (이 그룹을) 좋아한다”고 했다.
멤버가 수십명인 ‘AKB48’은 지난 6월 팬 인기투표인 ‘총선거’를 통해 22번째 싱글앨범의 타이틀곡을 부를 멤버들을 뽑기도 했다. 씨지브이는 당시 순위발표 생중계를 상영한 영등포관이 매진됐던 전례를 고려해 이번엔 수원 상영관을 하나 더 늘렸다.
극장에서 일본 걸그룹 이벤트까지 생중계로 즐기는 모습은 최근 떠오른 대중음악 감상의 새 풍속도다. 공연 현장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려는 팬들과 콘서트, 스포츠, 오페라 등 ‘얼터너티브 콘텐츠’(영화 이외 상영물)를 통해 수익창출 다변화와 관객 저변 확대를 노리는 극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런 풍경은 복합상영관들의 지난해 2010 월드컵 ‘극장 응원’을 계기로 본격화했다. 씨지브이는 올해만 가수 빅뱅, 슈퍼주니어 콘서트 등을 3D로 틀었고, 매주 수요일과 주말엔 씨지브이압구정에서 오페라(2만5000원)도 상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휘성 콘서트를, 메가박스는 지난해 다큐멘터리 ‘서태지 모아이: 더 필름’을 상영했다. ‘AKB48’ 이벤트를 보러 온 직장인 한동철(28)씨는 “음향 시설이 좋은 극장에서 같은 팬끼리 함께 보는 재미”를 매력으로 꼽았다. 씨제이(CJ) 씨지브이 프로그램팀의 서보경 대리는 “얼터너티브 콘텐츠로 당장 수익을 낼 순 없지만 다양한 문화적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도 올리고, 관객층을 넓혀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씨지브이 제공
사진 씨지브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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