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종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카운트다운>(29일 개봉·청소년관람불가)
‘의뢰인’과 맞붙는 ‘카운트다운’
전도연(38)은 지난해 12월 폐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심적 상실감이 컸던 그는 “부친상을 치른 이후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밀려들었다”고 했다. 그렇게 손에 쥔 작품이 허종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 <카운트다운>(29일 개봉·청소년관람불가)이다. ‘칸의 여왕’인 그가 신인 감독의 작품을 택할 정도로, 영화 내용은 매력적이다.
냉혹한 채권추심원인 ‘태건호’(정재영)는 간암에 걸린다. 간 이식수술을 받으면 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데, 그 간이 사기전과범으로 수감중인 차하연(전도연)의 몸속에 있다. 출소한 차하연은 간을 뺏기지 않으려고 술수를 쓰는 별주부전의 토끼처럼 ‘간’을 품고 자신을 등친 또다른 사기꾼 조명석(이경영)을 찾아 도망간다.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한인 ‘열흘’이란 시간이 ‘카운트다운’처럼 줄어들면서 태건호는 미쳐버릴 것만 같다.
‘차하연이 죽으면 자신도 죽는’ 태건호가 차하연과 아슬아슬한 동행에 나서면서 긴박감은 점점 높아져간다. 무표정한 정재영의 액션까지 곁들여지며 극의 흥미도 올라간다. 영화가 시작된 지 30분여가 지나서야 등장하는 전도연은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거짓을 사실로 믿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의 차하연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연변 흑사파 두목 ‘스와이’의 오만석과 ‘날파리’ 김동욱의 연기도 잔재미를 주며 영화에 코믹 양념을 칠한다.
그런데 태건호가 왜 인정사정없는 추심원이 됐는지, 아들을 어떻게 잃었는지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영화는 드라마가 풍성해지는 대신, 안타깝게도 극의 템포와 힘이 조금씩 떨어지는 길로 들어선다. 차하연이 17살에 낳은 딸도 뒤늦게 등장하는데, ‘딸은 위험에 처할 것이며, 이를 구하려던 차하연과 그 딸이 어떤 결론에 이를 것’이란 눈치 빠른 관객의 예상을 뒤집지 못한다. 정재영은 영화 막판 관객의 눈물을 뽑아낼 만한 연기를 보여주지만, 관객의 눈물이 나올 때까지 늘어지는 장면이 아쉽다.
전도연은 <밀양> <멋진 하루> <하녀> 등에서 작품성과 연기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비해 관객동원 성적에선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엔 어떨까? 공지영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도가니>(22일 개봉), 법정스릴러 <의뢰인>(29일 개봉)과 같은 기간 맞붙게 돼 대진표가 조금 만만치 않다.
송호진 기자, 사진 영화사 봄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