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작가주의 감독의 ‘통속멜로’는 어떻게 다를까

등록 2011-10-09 20:04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20일 개봉)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20일 개봉)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
톡, 톡, 톡, 톡.

시력을 잃어가는 ‘정화’는 지팡이를 바닥에 두드리며 철민에게 다가온다. 이 소리는 굳게 닫힌 철민의 마음을 두드린다. 철민은 말한다. “어렸을 때 나쁘게 살았어요. 지금은 그렇게 안 살아요. (아까는) 내가 후져서…, (솔직히) 말을 못했던 거예요.”

진심을 담은 말과 마음은 ‘후지지 않았다’는 걸 정화는 안다. 정화가 말한다. “아저씨, 내 눈 보고 있어요? 훗, 거짓말.” 맞다. 정화는 정말 철민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20일 개봉)은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사랑의 감성을 극명하게 관객에게 전하는 영화다. 소지섭과 한효주는 현재 국내 젊은 남녀배우 가운데 ‘연인 배역’으로 만나 사랑을 그려내는 최고의 조합이 될 것이란 영화계 가설을 증명해낸다.

전직 복서였던 철민은 저녁에 주차관리원으로 일한다. 전화교환수 정화가 드라마를 보겠다며 주차관리 사무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신의 때 묻은 운동화처럼 구질구질했던 철민의 삶은 순식간에 변한다. ‘오직 그대’를 향해 달려가는 제목처럼 둘은 점점 이끌린다. 그러나 철민이 정화의 각막이식 수술비용을 위해 외국 격투기 도박경기에 나섰다가 사고를 당하면서 둘의 사랑은 2년여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긋난다.

영화는 두 남녀가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남자는 떠나며, 서로를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고, 그래서 아파하는 전통적 멜로이야기를 따라간다. 정화와 철민이 하나로 얽힌, 어쩌면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사연이 등장하면서 영화 중후반부가 느슨해지는 점도 있다. ‘작가주의 감독’이란 소리를 듣던 송일곤 감독이 통속적인 멜로를 시도한 점도 새롭다.

하지만 영화는 모든 컷에 한번도 빠짐없이 소지섭과 한효주를 등장시켜 두 인물의 심리와 마음의 흐름에 ‘오직’ 집중하면서 가슴 따뜻한 사랑을 전하겠다는 목표지점에 도달한다. 소지섭은 부서지지 않을 듯한 눈빛부터 아픈 감정을 누르는 눈빛까지를 두눈에 담아낸다. 귀여우면서 사랑스러운 여인을 소화한 한효주는 영화에서 그의 쓰임새가 더 커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소·주 커플’은 키스신 하나로도 영화의 감성수치를 끌어올린다.

영화는 해피엔딩일까. “지금 현재 서울에서 사는 외로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찍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이 힌트라면 힌트다.

부산/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

사진 ㈜HB엔터테인먼트, (주)51k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