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영화와 바람나서 이불 이고 극장으로

등록 2011-10-11 20:25

 <지하탐험>(독일)
<지하탐험>(독일)
‘미드나잇 패션’ 가보니…
스릴러·코미디 등 밤샘 상영에 관객 몰려
부산영화제에는 밤만 되면 이불과 베개를 들고 극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정부터 아침까지 극장 안에서 ‘배수의 진’을 치는 이들은 ‘미드나잇 패션’ 관객들. 스릴러, 코미디, 호러 등 장르 영화 세 편을 묶어 자정 무렵부터 다음날 아침 6시께까지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자가 관람한 9일 밤은 ‘호러 나잇’이었다. 미치광이 살인마가 사지를 절단하고 벌건 피를 흩뿌리는 고어 장르 영화들인 <지하탐험>(독일), <라다랜드>(타이), <그레이브 인카운터>(캐나다)가 상영됐다.

대중교통도 끊길 시간, 영화의 전당 안에는 책 읽거나 전화통화를 하며 졸음을 쫓는 관객들로 가득했다.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모자를 눌러쓴 채 스마트폰 음악을 들으며 영화를 기다리던 대학생 고은지(22)씨도 극장을 숙소로 삼았다. 휴학생인 그는 7일 오전 친구와 함께 경기 성남에서 부산까지 비행기를 타고 왔다. 3일 동안 영화 6편을 보고, 밤이면 친구와 해운대 바닷바람을 안주 삼아 맥주를 마셨다.

<라다랜드>(타이)
<라다랜드>(타이)
“솔직히 한 편 정도는 졸면서 볼 것 같다”는 그는 미드나잇 패션을 본 뒤 다음날 오전 10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보고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고 했다. 고씨처럼 관객들 가운데 3분의 1 정도는 가방을 메고, 끌고, 이고 왔다. 담요를 덮고 의자에 비스듬히 누워 밤새 영화를 본다. 극장 안에는 음식물 반입이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관객들은 비타민 음료와 캔커피, 가방에 숨겨 둔 과자와 초콜릿으로 ‘밤샘 작업’을 이어갔다. 처음엔 애써 태연하던 일부 관객들은 살인마가 주인공 허리 부분을 칼로 도려 상반신 가죽을 벗겨버리는 장면에서 ‘으~’ 하는 탄식을 절로 내뱉고 고개를 돌렸다. 몇몇은 못 참겠다는 듯 일어서 나가버리기도 했다.

‘영화와 바람난’ 새댁도 있었다. ‘이름이 알려지면 큰일난다’며 끝내 실명을 밝히지 않은, 대구에서 온 주부 ㄱ(31)씨. 기차를 타고 9일 오후 도착하자마자 영화 한 편을 본 뒤, 짐가방 끌고 미드나잇 패션을 보러 왔다. 지난해 ‘미드나잇 패션’을 처음 관람하고 너무 좋아 이번에 다시 찾았다고 한다. 부산에서 4박5일을 보내고 13일 돌아갈 계획이라고 밝힌 그는 혼자 집 지킬 남편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알아서 밥 차려 먹고 출근할 것”이라고 했다.

부산/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