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원작의 ‘헬프’
인종차별.
이 단어가 나오자마자 극의 흐름을 대략적으로 연상하고 이 영화를 덮어버릴 작정이라면, 흥미로운 작품 한편을 놓치게 된다. 영화는 50여년 전 흑인들에 대한 착취를 상기시키는 때 지난 고발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 용기와 연대가 불러오는 힘에 주목하는 따뜻한 ‘휴먼드라마’다.
<헬프>(감독 테이트 테일러·11월3일 개봉)는 흑백 분리정책이 흑인들의 삶을 옭아매던 1960년대 미국 남부 미시시피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키터(에마 스톤)는 고향 지역 언론에 취직해 마을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그는 대를 이어 가정부를 하고, 병균을 백인들에게 옮길 수 있다는 이유로 화장실도 같이 쓰지 못하는 흑인 가정부들을 본다. 아프리카 아동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도 흑인 가정부들을 모질게 부리는 친구들의 위선도 목격한다.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들의 실상을 담은 책을 쓰기로 한다. 보복을 두려워하던 가정부 에이빌린(바이올라 데이비스)과 미니(옥타비아 스펜서)는 주변의 동료들까지 모아 자신들의 삶을 고백한다. 책은 마을과 주류사회를 흔든다.
흑인들이 당하는 사건들을 전하는 방식과 소재는 다소 감상적이거나, 신선하지 않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스키터와 흑인 가정부들의 연대, 흑인 가정부와 백인 주류모임에 끼지 못한 셀리아(제시카 채스테인)의 우정 등 ‘감정의 교감’이 편견의 장벽을 녹이는 용해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메시지를 확장한다. 극이 처질 때쯤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웃음을 유발해 137분의 제법 긴 상영시간을 버티게 해준다.
존재감 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물이 한명도 없을 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좋다. 흑인 가정부 역의 바이올라 데이비스는 이 작품으로 내년 아카데미영화제 여우주연상 후보로 급부상했다. 흑인 가정부 ‘미니’의 기발한 복수와 능청스러운 연기는 영화의 활력소다.
미국에서 지난 8월 개봉해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009년 출간한 같은 제목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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