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 완간한 이현세씨
2008년 1권 낸뒤 3년만에 15권 끝내
‘필화 아픔’ 학습만화로 재기 발판
“강풀 등의 웹툰, 만화 특성 약하다”
2008년 1권 낸뒤 3년만에 15권 끝내
‘필화 아픔’ 학습만화로 재기 발판
“강풀 등의 웹툰, 만화 특성 약하다”
이현세(55·사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가 세계사 학습만화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녹색지팡이 펴냄)를 3년 만에 15권으로 완간했다. 10권짜리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에 이어 두번째 장편 학습만화다.
<만화 한국사 바로보기>는 200만부가 팔린 학습만화의 베스트셀러다. 까치와 엄지를 주인공으로 한 극화만화로 시대를 풍미했던 유명 작가인 이 교수가 학습만화를 그리게 된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1998년 <천국의 신화>를 음란하다는 혐의로 기소하면서부터 시작된 법적 싸움으로 40대를 보냈다”며 “이 사건을 겪고 나니 내 자리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천국의 신화> 필화사건으로 억지 기소는 사라졌지만 무려 6년을 끈 재판은 작가 인생에 아픔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사건 이후 그는 충격을 딛고 작가로 다시 승부하기 위해 “내 자리를 찾고 어린이 독자들에게 이현세를 알리고자 역사학습만화를 시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는 이 교수의 분신과도 같은 주요 인물인 까치·엄지·두산·동탁 네 주인공이 세계사의 현장으로 이끄는 형식으로 꾸몄다. 권력의 이동보다는 민초들의 삶에 많은 비중을 둔 것이 특징.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그릴 때 나폴레옹의 권력욕이 아니라 그가 유럽의 백성들에게 자유라는 개념을 전파했다는 관점을 강조한다. 한국사를 그릴 때도 고조선의 율법이나 세종대왕의 훈민정음이 백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중시했다. 그는 “제목 그대로 세계사를 ‘넓게’ 보기 위해 아프리카나 중동, 남미, 동남아의 역사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다음 작품으로 <삼국지> 만화를 구상중이라고 밝혔다. “여러 삼국지가 있지만 전장에서의 흙바람과 말과 땀이 살아 있는 전장 중심의 삼국지는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인의를 바탕으로 유비가 세운 촉이 중심인 삼국지연의의 흐름을 따라갈 생각이다.”
이 교수는 출판만화 대신 웹툰이 유행하고 있는 요즘 만화계에 대해서도 자기 의견을 밝혔다. 특히 요즘 최고 인기인 강풀 작가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웹툰에 대해 “우려된다”는 비판적인 견해를 이야기했다. 그는 “강풀을 보면 (작품이) 영화화하기 좋다. (소재나 배경이 단순하게) 패키지화되어 있으니까. 이러면 만화 자체 특성은 약해진다. 그림보다 스토리와 소재가 더 중요하다. 포털에 이렇게 웹툰을 맡겨두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웹툰이 “자기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매년 대학에서 2000여명의 만화 관련 졸업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포털사이트가 단 10~20명의 만화가를 조회수로 줄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일”이란 것이다. 이처럼 조회수에만 신경쓰다 보니 같은 이야기와 대사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이야기 구조가 느슨해지면서 만화를 책으로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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