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배리어 프리 버전 영화 <블라인드>를 상영한 뒤 관객과 대화하는 안상훈 감독과, 음성 해설을 맡은 성우 서혜정씨(왼쪽부터).
배리어프리영화 설립추진위 ‘블라인드’ 등 시범상영
자막·음성 전문해설 더해…내년 영화제 개최 계획도
“일본, 후생노동성서 지원…한국도 영진위 등서 지원을”
자막·음성 전문해설 더해…내년 영화제 개최 계획도
“일본, 후생노동성서 지원…한국도 영진위 등서 지원을”
화면 왼쪽에 세로줄로 ‘비장한 음악 시작’이란 자막이 뜬다. 그 하단엔 ‘(기섭 목소리) 나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누나도 포기하지 마’ 자막이 흐른다. 이어 “벽돌을 쥔 수아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란 음성 해설이 나오며 긴박감이 더해진다.
이 장면은 영화 <블라인드>에서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가 범인의 머리를 벽돌로 내리치는 극의 막판 핵심이다. 한 시각장애인 관객은 “대사 없는 장면에선 해설로 상세히 묘사해주니 머릿속에 영화가 생생히 그려졌다”고 했다.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1관. 올해 대종상영화제에서 김하늘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긴 <블라인드>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재제작돼 상영됐다.
배리어 프리 영화는 시청각장애인과 일반인이 장벽(배리어)을 허물고 같이 볼 수 있도록 한 영화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대사 자막은 가로로, 음악·음향 설명 자막은 세로로 넣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도 곁들인다. 자막만 넣거나, 장애인단체 등의 주도로 간단히 음성 해설을 해주던 수준보다 더 전문적으로 만든 영화다. 해당 작품 감독이 직접 참여해 해설과 음향이 엉키지 않도록 소리를 조절하고 작품 의도에 맞춰 해설 내용을 심화시키면서 완성도를 높인다.
이날 국내 상업영화론 처음 ‘배리어 프리’로 제작·상영한 <블라인드>는 장애인들의 영화접근권을 실현하려는 영화인들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영화사 ‘조아’의 이은경 대표가 위원장인 ‘배리어프리영화설립 추진위원회’엔 임순례 감독, 영화사 마운틴픽쳐스 이재식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내년 가을께 1회 배리어 프리 영화제 개최도 계획하고 있다.
이들은 배리어 프리 영화 인식을 높이는 사전단계로 31일까지 시네마테크 1관에서 <블라인드>, 양익준 감독이 한국판 배리어 프리 영화로 재제작한 일본 영화 <술이 깨면 집에 가자>의 시범상영과 관련 심포지엄(31일)을 진행하고 있다. 오성윤 감독도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을 배리어 프리 영화로 제작중이다.
<블라인드>의 안상훈 감독은 “관객의 상상력을 해치지 않도록 어느 정도까지 음성 해설을 할지, 공포영화 등 다른 장르영화들은 어떻게 배리어 프리로 제작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배리어 프리 영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대기업의 제작 지원과 극장 배급망 확보 등이 과제로 지목된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일본 배리어 프리 영화제를 주도한 야마가미 데쓰지로 프로듀서의 말처럼, 정부 부처인 후생노동성에서 장애인 자립지원 예산을 통해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지원을 해온 일본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본은 영화 제작·배급도 하는 대기업 스미토모상사가 지금까지 18편의 배리어 프리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은경 추진위원장은 “50만명 남짓한 시각장애인의 문화 향유 보장을 위해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비 일부를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수정 추진위 사무국장도 “씨제이(CJ) 등 복합상영관을 가진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투자·배급하는 영화를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동시 제작해 평일과 주말 일부 시간대에 상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사진 영상자료원 제공
이은경 추진위원장은 “50만명 남짓한 시각장애인의 문화 향유 보장을 위해 배리어 프리 영화 제작비 일부를 영화진흥위원회 등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수정 추진위 사무국장도 “씨제이(CJ) 등 복합상영관을 가진 대기업들이 사회공헌사업 차원에서 투자·배급하는 영화를 배리어 프리 버전으로 동시 제작해 평일과 주말 일부 시간대에 상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호진 기자, 사진 영상자료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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