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영화 ‘머니볼’ 들고 처음 한국 온 브래드 핏
‘저비용·고효율’ 오클랜드 빈단장 역
“진짜 좋아하는 팀은 세인트루이스”
“제작에 관심 있을 뿐” 은퇴설 일축
‘저비용·고효율’ 오클랜드 빈단장 역
“진짜 좋아하는 팀은 세인트루이스”
“제작에 관심 있을 뿐” 은퇴설 일축
“지금 시대엔 뉴스를 장식하는 승리만 강조되는 것 같은데, <머니볼> 대본을 읽고서 ‘나’에게 의미 있는 승리를 이야기하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영화 <가을의 전설>(1994)로 친숙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핏(48)이 처음 한국을 찾았다. 그는 자신이 주연한 야구 영화 <머니볼>(감독 베넷 밀러, 17일 개봉) 홍보를 위해 14일 밤 전용기 편으로 입국했다.
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검은색 와이셔츠와 면바지 차림에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서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핏은 시종 환한 미소로 50분 남짓 취재진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했다. 소감을 묻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아내 앤절리나 졸리에게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머니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최하위팀이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1998년부터 맡아 5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빌리 빈 단장의 성공 실화를 그린다. 핏은 저비용 고효율의 ‘머니볼 이론’에 따라 구단 운영을 혁신시킨 빌리 빈 단장을 연기한다. 실제로 빌리 빈 단장을 만나 사귀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는 그는 “처음 만날 때부터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유대감을 느꼈다. 정의를 존중하고 공정함을 추구하는 면도 서로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가장 좋아하는 팀은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입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팀과도 4~5년 만나면서 유대감을 쌓았지만, 제가 자란 미주리 지역 근교에 세인트루이스팀이 있었기 때문에 좋아했고, 올해 우승을 차지해서 즐거웠어요.”
그는 올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트리 오브 라이프>(지난달 국내 개봉)처럼 예술성 짙은 영화에 이어 대중성이 있는 <머니볼>을 선택한 이유로 “진지한 작품을 한 뒤엔, 좀더 유머 감각이 담긴 작품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미남 스타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그는 다양한 출연 이력을 쌓아왔다. 최근 <오션스> 시리즈 같은 오락영화에 나오기도 했지만, 그에게 2007년 베네치아(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2006)을 비롯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8), <바스터즈-거친 녀석들>(2009)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수작들에서는 연기파로서 존재감을 다져왔다. 최근 영화 제작 쪽으로 보폭을 넓혀온 그는 불거진 은퇴설에 대해 “특별히 그만두겠다고 기한을 둔 건 아니다. 제작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핏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적이 없다. <머니볼>로 내년 유력한 수상 후보로 떠오른 그는 “내가 상을 받아도 즐겁겠지만, 다른 배우들이 수상해도 즐거울 것”이라고 했다. “(배우들이) 각자 영역에서 열심히 일하다 함께 모여 즐기고 축하하는 축제의 자리이기 때문”이라는 말이었다. ‘점점 나이 들어가는 외모를 어떻게 생각하나’란 질문에는 “나이 드는 게 좋다”고 단박에 답했다. “나이와 함께 지혜가 따라와요. 젊음과 지혜 중 선택하라면 항상 지혜를 택하겠다고 말합니다.”
이날 회견장에는 취재진 400여명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는 단 하루 짧은 일정을 마치고 16일 오전 출국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이날 회견장에는 취재진 400여명이 몰려들어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그는 단 하루 짧은 일정을 마치고 16일 오전 출국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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