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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죽음이 앗아간 내 아이 또다른 우주에 살아있다면…

등록 2011-12-11 20:16

‘래빗홀’
자동차사고로 비극 겪은 부부
사고 관련 소년과 만남 통해
‘다른 세상’을 믿고 슬픔 이겨
소중한 누군가를 허망하게 잃어 본 사람은 안다. 이미 벌어진 일에서 아무리 ‘왜’를 찾아봤자 결과가 변하진 않는다. 남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떠난 이를 지워보려고 애쓰거나, 비슷한 아픔을 경험한 이들과 서로 위로하거나, 절대자를 찾거나, 남을 원망하는 것, 그런 것들뿐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슬픔을 잊으려 노력하다가도 수시로 그 ‘없음’에 절망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 “사실은… 괜찮아졌어”라고 말할 수 있는 때도 온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왔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래빗홀>은 자식을 떠나보낸 부부의 ‘그 후, 현재’를 다룬다. ‘베카’(니콜 키드먼)와 ‘하위’(에런 에커트) 부부는 네살배기 아들 ‘대니’를 여덟 달 전 차 사고로 잃었다.

하위는 대니를 기억하고 싶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대니의 동영상을 틈틈이 보고, 자동차 뒷좌석의 유아용 시트도 그대로 둔다. 베카는 반대다. 하위가 직장에 있는 사이 혼자서 집에 남은 대니의 흔적을 감당하기 힘든 그는 대니의 그림을 치우고, 옷을 정리한다. 어떤 위로나 격려도 거북스러운 베카는 우연히 사고와 관련된 소년을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영화 제목인 ‘래빗홀’(Rabbit Hole)은 ‘평행 우주’라고 부르는 또다른 수많은 세계를 잇는 구멍을 말한다. 영화에서 소년이 그린 만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한쪽 우주에서는 슬픈 얼굴의 사람도, 래빗홀 너머 다른 우주에선 기쁜 표정으로 살고 있다. 소년과의 만남과 ‘래빗홀’ 이야기에서 베카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영화가 직접 말하진 않는다. 그러나 오랜만에 친구 부부와 아이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고, 자연스럽게 대니의 이름을 꺼내고, “그 이후엔, 무엇이든 기다리겠지”라고 말하는 두 사람에게서, 수평으로 움직이는 우주가 아니라 수직으로 흘러가는 시간 틈새에도 ‘래빗홀’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순 있다.

그게 무엇이든 사랑했던 대상과 이별중이라면 베카, 하위와 담담히 만나며 마음을 정리해 봐도 좋을 듯하다.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같은 제목의 연극이 원작이다. 트랜스젠더 록가수의 이야기를 다룬 <헤드윅>, 비밀 섹스 클럽을 찾는 사람들을 슬프면서도 코믹하게 그린 <숏버스> 등 개성 넘치는 작품을 만든 존 캐머런 미첼이 감독을 맡았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프리비젼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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