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 영화감독
민용근의 디렉터스 컷
2007년 11월8일 서울 명동. 작은 영화관 하나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십자가 네온사인만큼이나 수도 없이 생겨나는 게 극장인지라, 새로운 극장 하나 더 생겼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극장의 의미는 많은 이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왔다. 힘겹게 영화를 만들어내고도, 막상 그 영화를 보여줄 안정된 공간이 없었던 독립영화인들에게 처음으로 자신들의 영화만을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던 것이다.
극장의 이름은 ‘인디스페이스’.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 상영관이었다. 독립영화인들의 오랜 노력 끝에 이뤄낸 숙원사업이었기에, 인디스페이스의 존재는 각별했다. 이 자그마한 공간에서 <워낭소리> <똥파리> 등 수많은 독립영화들이 개봉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등 독립영화의 중요한 영화제들이 열렸으며,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물리적인 공간의 개념을 벗어나 독립영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마음속의 집’ 같은 구실을 해왔다. 그리고 이 든든한 집을 매개로 독립영화와 관객들도 조금씩 서로에 대한 소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12월31일, 인디스페이스는 문을 닫게 된다. 현 정부의 극성스럽고도 기묘한 ‘알레르기’ 때문인지 독립영화계에 대한 전방위적 탄압이 시작되었고, 독립영화전용관 역시 현 정권에 친화적인 다른 단체에 운영권이 넘어가버리고 말았다. 오랜 노력 끝에 얻어낸 소중한 공간을 한순간에 잃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수난을 거치면서, 독립영화인들은 하나의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정치와 자본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선, 더 이상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년 1월.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인디스페이스’가 다시 개관한다.
‘민간’이라는 중요한 단어 하나가 더 붙게 되었다. 이 추가된 단어가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이 극장을 탄생시키고 키워나가야 할 주체가 독립영화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독립영화를 사랑하고 아껴주는 일반 관객들에까지 넓혀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새롭게 태어날 인디스페이스는 다양한 후원 방식을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극장을 만들고 운영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방식은 ‘나눔자리 후원’(indiespace.tistory.com 참조)이다.
한 좌석에 일정금액 (200만원)을 기부하면 그 좌석에 후원인의 이름이 영구적으로 새겨지게 된다. 현재 많은 좌석들이 개별 후원인의 이름으로 채워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좌석을 꼽자면, 바로 ‘100인 나눔자리’ 들이라 생각한다. 트위터 등을 통해 모인 수백명의 관객과 영화인들이 각자 2만원씩 낸 금액을 모아 나눔자리 후원을 신청했고, 그 자리는 ‘100인 나눔자리’, ‘시네필 나눔자리’ 등의 이름으로 여러 개가 만들어졌다.
극장이 개관하면 100명의 이름이 한 좌석에 새겨진 여러 개의 ‘100인 나눔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들 모두에게 인디스페이스는 각별한 의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총 200석의 나눔자리 중 아직 절반 이상의 자리가 후원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좌석들이 좀더 많은 관객들의 이름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 이름 하나하나가 곧 그들의 마음이라면, 관객들의 마음으로 빼곡히 채워지게 될 영화관은 그곳에서 상영될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울 것이다. 영화감독
극장이 개관하면 100명의 이름이 한 좌석에 새겨진 여러 개의 ‘100인 나눔자리’가 만들어질 것이고, 그들 모두에게 인디스페이스는 각별한 의미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총 200석의 나눔자리 중 아직 절반 이상의 자리가 후원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나는 그 좌석들이 좀더 많은 관객들의 이름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그 이름 하나하나가 곧 그들의 마음이라면, 관객들의 마음으로 빼곡히 채워지게 될 영화관은 그곳에서 상영될 영화만큼이나 아름다울 것이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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