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영화·애니

성조기 팬티의 그 여자-영웅 팬티 전설

등록 2011-12-16 10:09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꼽은 여성 스포츠의 결정적 순간들 중 하나로 들어간 당시 여성 야구 자료 사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가 꼽은 여성 스포츠의 결정적 순간들 중 하나로 들어간 당시 여성 야구 자료 사진.
2차대전이 만화에 미친 영향은? 성조기 팬티의 그 여자
전쟁은 때론 뜻밖의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비상 상황이 되면서 기존의 것들은 흔들리게 되고, 이를 대체할 새로운 것들이 가능성을 펼칠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화에선 새로운 장르와 스타가 전쟁을 계기로 탄생하기도 한다.

유례가 없는 초대형 전쟁이었던 2차 세계대전은 특히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 전쟁은 미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 야구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대거 징집되면서 메이저 리그에 최대의 위기가 온 것이다. 자본주의 종주국답게 미국은 대타 야구 영웅으로 여자 야구 리그를 만들어낸다.

톰 행크스와 마돈나가 나온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가 바로 그 이야기다. 당시 구단들은 여성 선수들에게 치마 유니폼을 입혔다. 여성들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게 된 대신 성산업화 현상도 따라붙었던 것이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만화에서도 치마 입은 여성 영웅이 나타났다. 남성 영웅들이 판치던 미국 만화 역사상 최초의 여성 영웅이었다. 투명 비행기를 타고, 팔찌로 총알을 막고, 황금 밧줄로 적들을 물리치는 여자, 한국의 40대 이상 세대들에겐 린다 카터가 나온 드라마로 각인된 ‘원더우먼’이다.

애초 소녀용 만화로 기획된 원더우먼은 여권 운동의 이상을 담은 최초의 만화로 평가받는다. 물론 남성 독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는 바람에 원더우먼의 치마는 더 짧은 팬티형으로 바뀌었지만.

원더우먼이 처음으로 표지에 대표 만화로 등장했던 1942년 만화잡지 <센세이션 코믹스>. 당시만해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원더우먼이 처음으로 표지에 대표 만화로 등장했던 1942년 만화잡지 <센세이션 코믹스>. 당시만해도 치마를 입고 있었다.

원더우먼의 창조자는 심리학 박사면서 만화 출판사 자문이었던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란 이였다.


마스턴은 심리학자로서 거짓말 탐지기의 전신인 혈압측정 장치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 장치는 그의 이론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여성이 남성보다 정직하다는 주장을 폈고, 이를 구현하는 방법으로 만화를 주목했다.

당시 미국에선 남자들이 전장으로 간 사이 여성운동이 다시 한 번 꿈틀거리고 있었고, 마스턴은 여성 해방 사회가 가부장 사회보다 훨씬 사려 깊고 따듯할 것임을 이 만화로 보여주려 했다.

그래서 아마조네스 여전사들의 고향인 금남의 섬 파라다이스 왕국의 다이애나 공주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아프로디테만큼 사랑스럽고, 아테나처럼 지혜롭고, 헤라클레스만큼 강한” 이 공주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미국으로 가 ‘원더우먼’이 된다.

초기 원더우먼은 여성주의적 관점을 강하게 드러냈다. 악당을 박살내기보다는 물리친 다음 교화시키려 하고(원더우먼의 마법 밧줄에 묶이면 모든 속마음을 털어놓게 되므로), 심지어 사회 복귀까지 돕는 게 원더우먼의 특징이자 단순 무식한 남성 영웅들과의 차이였다. 물론 여성들에겐 “강해지세요”를 외쳐댔다.

그러면서도 마스턴은 심리학자의 전문성을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걸 잊지 않았다. 원더우먼이 거의 매번 악당들에게 결박당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것이다. 페미니즘과 에로티시즘의 포트폴리오랄까.

원더우먼은 데뷔하자마자 인기를 누렸고 이후 수많은 시리즈와 드라마와 패러디와 아류 여성 영웅을 낳으며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그리고 한국의 소년 시청자들에겐 “자기나라 국기인 성조기로 팬티를 만들어 입는 비애국자”란 시시껄렁하지만 추억 어린 농담의 주인공으로 기억되고 있다.

여성 해방과 여성 속박의 모순은 이 캐릭터의 영원한 운명일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번주 시사주간지 <한겨레21> 릴레이 만화 칼럼 `네 남자의 만화방'에 쓴 글입니다. 분량이 정해져 있어 원고지 80매를 쓸 수도 있는 내용을 8매로 줄였습니다. 그만큼 `원더 우먼'은 많은 이야기 거리를 담고 있지요.

지금 젊은 세대들에겐 원더 우먼이 생소할 수 있지만, 1950~70년대 초반생 세대들에게 `원더 우먼'은 대단한 인기였습니다. 이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미드 <원더 우먼>이 국내에서도 방송되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미드 바람은 당시에 견주면 비길바가 못될 정도로 온국민이 즐겨봤었죠.

당시 이 드라마 원더우먼의 주인공은 린다 카터였습니다. 바로 이 여잡니다.

이 때만해도 린다 카터는 20대 쌩쌩한 아가씨였습니다. 1951년생이니 올해 환갑이 된 노익장 배우이자 가수입니다. 스물한 살에 미스 USA월드인가 하는 미인대회에서 1등을 해서 이후 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았고 세계적 스타가 되었습니다.

최근 60살이 된 린다 카터의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지요. 30여년 세월 속에서 린다 카터는 할머니가 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몇년 전인가, 이 인기 드라마가 미국에서 다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정해졌습니다. 영화화 이야기도 간혹 있었는데 케이트 베킨세일이 원더우먼 역을 맡을 것이란 이야기도 있었죠.

그 뒤 소식이 없다가 올 봄 새 원더우먼의 파일럿 방송이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습니다. 히로인은 애드리안 팰리키. 그리고 원더우먼의 모습도 공개되었습니다. 바로 이런 스타일로.

그런데 이 사진이 공개되자마자 드라마는 심한 역풍을 맞습니다. 원더우먼 고유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팬들이 항의를 시작한 겁니다. 팬티가 아니라 레깅스를 입은 모습은 그래도 노출을 훨씬 줄인 것인데, 팬들은 `3류 나이트 클럽 댄서 같다'고 비난했던 것입니다.

제작진은 부랴부랴 청바지색 레깅스를 다른 색으로 바꾸는 등 조처를 취했는데, 팬들에겐 흡족하지 못했던 모양이고 결국 드라마는 시험 제작판만 상영되고 정식 편성은 못되었다는 소식들이 들려왔습니다.

역시 한 번 자리잡은 캐릭터는 그 자체로 힘을 갖습니다. 팬들은 그 이미지와 느낌을 반복 소비하고, 그 속에서 알맞은 변형은 받아들이지만 오리지널리티의 변화에는 민감하게 거부합니다. 팬들은 팬티형 의상의 향수를 계속 간직하려 한 거겠죠.

사실 수퍼맨도 초기 모습과 바뀌어왔는데 슈퍼맨의 경우 그 변화에 그리 큰 타격을 입지는 않았거든요. 슈퍼맨의 팬티도 최근에 빨간색에서 파란색 팬티로 변했습니다.

왜? 저와 함께 `네 남자의 만화방'을 쓰는 만화연구가 김낙호씨가 수퍼맨 팬티 색깔에 들어있는 할리우드의 전략과 대중문화 트렌드의 속성에 대해 설명합니다.

http://h21.hani.co.kr/arti/COLUMN/153/30922.html

한겨레 블로그 내가 만드는 미디어 세상

<한겨레 인기기사>

“디도스 수사발표문, 조현오 청장실서 막판에 고쳐”
민주당 김부겸 의원 “내년 총선 대구서 출마하겠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K-pop 주가, 쉽게 안꺼져”
이런저런 이유로…‘반값등록금’운동권 후보 수난
대지진 이후 일본인들, 불륜관계 청산바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