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과 다양성.
<한겨레> 설문에 응한 이들은 올해 한국영화계를 정리하는 촌평을 부탁하자, 의외의 작품들이 흥행한 ‘반전’과 독립·예술영화 돌풍으로 영화의 다양성이 확장된 한해였다고 요약했다.
대작에 상영관이 쏠리는 극장배급의 독과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설문 문항 중 “2011년 한국영화계는 ○○○였다”에 대한 응답자의 의견을 추렸다.
반전의 반전
“반전의 반전이었다.” 입소문을 타고 장기흥행한 <써니>(737만명), ‘활 사극’으로 여름 대전의 승자가 된 <최종병기 활>(745만명), 청소년·교육·다문화 등의 문제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푼 <완득이>(531만명), 장애인 성폭행 실화를 다룬 <도가니>(467만명). 네 영화는 해당 영화 투자·배급사마저 예측하지 못한 흥행 저력을 보여줬다. 제작비 30억~50억원대 영화들의 흥행은 시나리오가 탄탄한 ‘중급 규모’의 작품들이 활발히 양산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는 계기도 됐다.
‘독립’만세
“‘다양한’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들이 ‘깊은’ 애정을 받았다.” <혜화,동> <파수꾼> 등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수십차례 ‘관객과의 대화’를 마련하는 ‘찾아가는 전략’으로 상영관이 적은 한계와 맞섰다. 탈북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무산일기>는 각종 국제영화제에서 17개의 트로피를 가져왔다. 충격적 결말을 보여준 <그을린 사랑>(6만7876명), <인어베러월드>(4만8791명) 등 외국 예술영화들도 영화의 다양성 욕구를 충족시켰다.
승자독식
“승자독식이었다.” “가진 놈이 왕이었다.” “우수작들은 수두룩했으나, 극장은 없었다.” 대형 투자·배급사들의 한국영화나, 대작외화에 극장이 쏠리는 ‘상영시장 양극화’가 두드러졌다.
<트랜스포머3> <미션 임파서블4> 등은 국내 2200여개 상영관 중 1000개 이상을 장악했다. 저예산 영화나, 대형 배급사의 줄을 타지 못한 영화들은 개봉 첫주부터 다른 영화와 교대로 상영되는 ‘교차상영’ 대상이 되거나, 한적한 시간대로 밀렸다.
한국사회
“충무로 소재 고갈의 해소를 곪아터진 한국 사회에서 찾았다.” 장애인 성폭행 범죄 등에 대한 관련법 개정까지 이끈 영화 <도가니>는 실화영화의 사회적 파급력을 확인시켜주었다. ‘석궁테러사건’을 담아 사법부 위선을 고발한 <부러진 화살>(감독 정지영·내년 1월19일 개봉),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다룬 <구국의 강철대오>(감독 육상효·내년 초 촬영) 등 사회문제를 다룬 다른 영화들도 개봉과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암탉과 돼지
“암탉과 돼지가 소중한 한해였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안 된다’는 지독한 시장의 편견에 균열을 낸 해였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잔혹스릴러로 장르의 폭을 확장시킨 <돼지의 왕>, 정교한 그림과 따뜻한 이야기를 담아낸 <소중한 날의 꿈> 등이 동시에 길어올린 성과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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