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1부: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스웨덴판 이은 할리우드판
신인배우 내면연기 돋보여
스웨덴판 이은 할리우드판
신인배우 내면연기 돋보여
원작소설이 가진 사회비판적인 시각을 기대한다면, 5일 개봉한 스웨덴 영화 <밀레니엄 1부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을 보는 편이 낫다. 이 영화가 스웨덴 사회에 음습하게 흐르는 나치즘과 파시즘의 폭력성에 대한 문제를 차갑고,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2일 개봉하는 같은 내용과 같은 제목의 할리우드 영화를 좀더 설명하고자 하는 건, 여주인공 리스베트 살란데르를 연기한 루니 마라의 ‘쓸쓸한 눈빛’이 강한 잔상을 남기고 있어서다.
전세계에서 6500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할리우드판 영화는 사건의 실체에 다가서는 스릴러 구조로 긴장감을 끌고간다. <소셜 네트워크>(2010)를 만든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연출했다.
영화는 거물 금융인의 비리를 폭로한 기사가 재판 결과 오보로 밝혀지면서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하는 <밀레니엄> 잡지의 기자 미카엘(대니얼 크레이그)을 비추며 시작한다. 미카엘은 스웨덴의 재벌 방에르가에서 40여년 전 사라진 ‘하리에트 방에르의 실종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사건을 추적하던 미카엘은 젊은 여성 천재 해커 리스베트 살란데르와 의기투합해 폭력적인 광기로 얽힌 비밀을 풀어낸다.
사건의 실체에 바로 파고드는 스웨덴판 영화와 달리, 할리우드판 영화는 법적 후견인을 두며 보호관리를 받는 해커 살란데르의 생활 등 인물들을 설명하는 데 초중반의 시간을 할애한다.
어떻게 남은 이야기를 풀어가나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은 이 영화가 158분이란 긴 상영시간을 갖고 있어서다.
영화가 느슨해질 법한 고비를 넘어 종착점을 향하는 건 스릴러 구조의 힘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코에 피어싱을 한 깡마른 여성 살란데르 캐릭터의 매력 덕이다. 뛰어난 기억력과 직관력, 두뇌를 가졌지만 그는 사회에서 격리된 인생이다.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데 미숙한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벽을 뚫는 것으로 사회와 소통한다. 신인급 여배우인 루니 마라는 마른 몸으로 차갑고 불안한 살란데르의 눈빛과 내면을 담아낸다.
살란데르는 영화 막판 생애 처음 샀을 법한 선물을 들고, 미카엘을 찾아갔으나,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 돌아선다. 오토바이를 타고 눈 내리는 골목길을 내려가는 살란데르의 고독하고 쓸쓸한 그 뒷모습은 외로움을 지닌 ‘또다른 살란데르 관객’에게 위안을 건네는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
송호진 기자,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송호진 기자, 사진 올댓시네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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