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밍크코트>의 주인공 현순(황정민)과 그의 딸 수진(한송희).
12일 개봉 영화 ‘밍크코트’
존엄사 둘러싼 ‘민낯 갈등’
가족간의 사랑 돋을새김
존엄사 둘러싼 ‘민낯 갈등’
가족간의 사랑 돋을새김
이 영화는‘무겁고 불편한 감상’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더는 살 가능성이 희박한 어머니의 입에서 산소호흡기를 떼느냐 마느냐를 두고 갈등하는 한 가족의 모습을 상영 내내 마주해야 한다. 그 속엔 어머니를 붙잡고 싶은 마음과 병원비라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엉켜 있다. 존엄사란 소재도 묵직하게 느낄 법한 관객에게 영화는 개신교 신자, ‘이단’으로 취급받는 극단적인 개신교 신자가 섞인 가족 구성원들의 종교적 문제를 더 얹어놓았다.
여배우 황정민이 맡은 주인공 ‘현순’은 어떤가. 고집불통처럼 보이는 얼굴의 현순은 이따금 알 수 없는 언어로 중얼거리는 ‘방언 기도’를 하며, “언니의 남편이 죽을 것”이라는 둥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병원비는 보태지 않으면서 “어머니가 깨어나실 것”이란 계시를 받았다며 연명치료 중단을 막아 세운다. 감독도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져야 할 현순을 ‘비호감 주인공’이라 칭한다.
그런데 12일 개봉하는 저예산 독립영화 <밍크코트>는 그런 현순을 이해하는 지점으로 관객을 조금씩 이끌고 가는 힘을 발휘한다. 가족을 위해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간절히 기도했던 현순의 마음과, 지금 당장 병원비를 보탤 돈이 없을 뿐 허투루 살지 않았던 현순의 억척스러운 삶과, 어머니를 살리고 싶은 딸 현순의 애절함들이 관객의 마음에 서서히 와닿도록 만든다.
그래서 <밍크코트>는 존엄사에서 종교갈등까지 문제의식을 확장하지만, 가족의 사랑이란 메시지로 관객과의 소통지점을 찾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막판, 현순의 딸 ‘수진’이 생사의 고비를 맞는 위기에서 가족들은 수진을 살리기 위해 중대한 결단을 내리며 갈등을 풀어간다. 가족의 사랑이 나약한 존재인 인간을 고통에서 구원할 보완재가 될 수 있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제목은 ‘어머니-딸 현순-현순의 딸 수진’에게 대를 이어가며 전해지는 영화 속 ‘밍크코트’에서 따왔다.
공동연출을 한 신아가·이상철 감독은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을 오롯이 느끼도록 ‘얼굴 클로즈업’을 많이 사용한다. 존엄사 문제 등을 놓고 가족들이 벌일 법한 ‘날것의 갈등’을 보여주던 영화가 마지막 부분에선 다소 ‘영화적인 설정’에 기대 끝을 맺은 느낌도 남긴다. 2011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작이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인디스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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