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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조폭영화라는데 왜 우리 얘기 같지?

등록 2012-02-12 21:08

범죄와의 전쟁
‘조폭 남성영화’란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온몸에 문신을 한 1980년대 조직폭력배들이 대거 등장하고, 흉기와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도 나오며, 몇마디 대사라도 주어진 여배우라곤 술집여사장 역의 김혜은 정도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 영화를 “지금의 한국사회, 나의 아버지 혹은 부모님, 또는 그렇게 될 수도 있는 나를 보는 듯한 서글픈 자화상 같은 작품”이라고 읽는다.

최민식·하정우 주연의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감독 윤종빈)가 개봉 10여일 만인 지난 주말 관객 200만명을 넘으면서 흥행하고 있다. 충무로에선 이 기세라면 ‘청소년관람불가’란 관람 연령 제한을 딛고 400만~500만명까지 질주할 것으로 내다본다. 총제작비 65억원인 이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220만명이다.

부산이 배경인 영화는 1990년 노태우 정권 때 선포된 ‘범죄와의 전쟁’ 분위기 속에서 조폭 보스(하정우)와 손잡고 갖은 술책을 부리며 아등바등 시대를 살아간 세관공무원 출신 최익현(최민식)의 이야기를 다룬다. 혈연·학연·지연·금전을 총동원해 줄을 대는 우리 사회 단면과, 전화 한 통으로 수사 방향을 틀고 술자리에서 승진을 도모하는 검찰의 모습 등을 들춘다.

이 영화를 투자·배급한 쇼박스의 최근하 과장은 “영화에서 나오는 권모술수와 80년대 사회상이 ‘지금 현실과도 다르지 않네?’라고 관객들이 생각하면서 일종의 통쾌함도 느끼는 것 같다”며 “사회적 소재의 영화들이 인기를 끄는 분위기에서 <범죄와의 전쟁>이 <도가니> <부러진 화살>의 바통을 자연스럽게 이어받게 됐다”고 말했다.

종편 ‘TV조선’ 투자참여
트위터에서 논란 일기도

<악마를 보았다>(2010년) 이후 스크린에 복귀해 깊은 주름과 늘어진 살만큼 연기의 두께가 더해진 최민식과, 그와 팽팽한 연기 에너지를 주고받은 하정우, 대사의 맛을 잘 살린 조진웅 등의 연기 조합도 극을 안정적으로 떠받친다.

이용철 영화평론가는 “시대의 문제상을 복잡하게 다루지 않고, 그 시대를 비굴하지만 열심히 살았던 한 남자(최익현)의 연대기에 집중한 것도 이 영화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바르게 살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산 최익현에게 돌을 던지기 어렵듯, 최익현을 통해 나의 아버지, 부모님, 부모가 되거나 될 나의 슬픈 초상들과 마주하게 된다”며 “최익현이 열심히 사는 모습에서 역설적으로 추악한 시대상이 드러나는 영화”라고 평했다.


온라인상에선 이 영화에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이 부분 투자자로 참여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소설가 공지영 작가가 지난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범죄와의 전쟁) TV조선이 투자했단 말에 급호감 하락”이란 글을 남긴 게 계기였다. 배우 조재현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정부에 상처받아 힘든데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내는 공씨에 더 큰 상처를 받은 하루”라고 맞불을 놓았다.

송호진 기자,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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