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링’ 이나영 인터뷰
왠지 남들과 ‘하하호호’ 하며 섞일 것 같지 않은 독특한 이미지 탓에 괜스레 이런 궁금증까지 드는 것이다.
-누굴 만나 수다를 떨기도 하나요?
“수다 좋아해요. 중학교 시절 친구들 만나 얘기하는 것 좋아하고.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 보면서 너무 웃겨서 울기도 하는데요. 운동을 좋아해서, 액션연기도 하고 싶었어요. 외국액션영화 <킬빌> 나왔을 때 ‘나도 저런 작품 하나 하게 해달라’고 주변에 얘기할 정도였죠.”
그는 “신비주의?”라고 하더니 “큭” 하고 웃음을 참다가, “저, 그런 것 없어요”라며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대신 그는 “틀에 박힌 말을 잘 못하고, 내가 꽂힐 수 있어야 집중할 수 있고, 나 스스로에게 좀 엄격하다”고 자신을 설명했다.
“남들이 ‘이나영의 이런 이미지가 좋다’고 칭찬할 때, 전 벌써 질려서 다르게 가보려고 하는 편이죠.”
내 연기 스타일 지루해져
힘들게 찍는 감독과 작업
강력계 형사역 액션보다
덤덤한 정서표현이 고통 16일 개봉하는 <하울링>(감독 유하)은 “액션연기도 해야 했지만, 현재 나의 스타일, 내 연기가 지루해져서 나를 힘들게 깎고 다져보고 싶었다”는 이나영의 도전이 만난 영화다. 그는 “지금 행복하고 즐거워서 더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날 다시 끌어내리고 싶었다”며 “유하 감독님이 힘들게 찍는다는 소문도 있어 그걸 경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력계 신참 형사 ‘은영’을 맡은 그는 오토바이 면허증까지 땄고, 오토바이 질주를 찍는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과 부딪혀 몸이 허공에 떴다가 떨어지는 사고도 겪었다.
정작 고통은 ‘액션’보다, “미간조차 찌푸리지 마, 감정을 쥐어짜선 안 돼, 덤덤히 덤덤히” 은영의 정서를 표현하라는 감독의 주문이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추악한 짓을 일삼은 사람들을 죽이는 늑대개의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물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개처럼 소외받고 고통받는 주변인들의 상처와 감정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남편과 이혼하고 부모도 없는 은영은 자신처럼 외로움을 가진 늑대개와 교감하며 사건의 실체에 파고든다. 영화는 고참 형사 ‘상길’(송강호)이 아닌, 이나영을 따라 흘러간다. 이나영은 “은영이 가진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 끌렸고, 늑대개를 통해 인간사회에 반성을 전하는 메시지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이나영은 어딘가 상처 있는 비주류 인물의 삶과 만났을 때 더 돋보이는데, “그들의 고독, 고통에 내 마음이 더 끌리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 감정과잉을 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의 요청 탓에, 송강호와 촬영 중 나눈 우스갯소리가 “열연하지 말자”였다고 한다. “송강호 선배님이 ‘나영아 너 왜 지금 열연해?’라고 하면, ‘선배님 옆에 있으니까 열연하게 되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영화에서 은영은 늑대개와 불 속에 갇히는 등 ‘연기견’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그는 2년 전 헤어진 애완견 ‘슬비’를 떠올렸다.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를 찍을 때,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겨서 3일 만에 집에 들어갔죠. 16년간 지냈던 슬비가 아프기도 했을 때였는데, 방문을 긁어서 열어줬더니 제 무릎에 올라와 그제야 숨을 거뒀어요. 끝까지 날 기다렸던 거죠.” 슬비와 나눈 교감을 이번 영화의 늑대개에 감정을 이입하는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연기견이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 내 느낌을 아는지 처음부터 잘 따랐다”고 한다.
이나영은 여배우가 중심에 서는 한국 영화가 드문 상황에서, <하울링>을 통해 “한국 영화에서 여자 캐릭터가 더 다양화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지난해 1년간 꼬박 <하울링>에 시간을 쏟았다는 그는 “이젠 대중적인 멜로작품에 대한 배고픔도 생겼다”고 했다.
“(사형수를 다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찍은 뒤엔, 블록버스터들을 찾아보고 싶었고, (몽유병 여자 역을 맡은) <비몽> 이후엔 책을 읽든, 뭐든 채우고 싶었다면, <하울링> 이후엔 일상의 나를 편하게 보여주는 작품을 하고 싶어졌어요.”
<하울링>은 무엇보다 극의 중심인 은영의 감정을 쫓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특히 여성 관객들이 성희롱에 가까운 비하와 멸시를 일삼는 남성 형사들 틈에서 다소 답답해 보이는 은영의 캐릭터에 얼마나 매력을 느낄지가 관건이다. <비열한 거리> <쌍화점> 등에서 남성 배우들로부터 의외의 감성을 끄집어낸 유하 감독이지만, <하울링>에선 은영이란 인물의 심리, 늑대개와 교감을 나누는 지점, 이나영이란 배우의 연기적인 매력을 좀더 세밀하게 드러내지 못한 느낌도 준다.
이나영은 개봉을 앞둔 부담 탓인지, “언론시사회 때부터 입 안에 뭐가 나기 시작했다”며 손으로 왼쪽 뺨을 어루만졌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사진 연합뉴스, 오퍼스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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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찍는 감독과 작업
강력계 형사역 액션보다
덤덤한 정서표현이 고통 16일 개봉하는 <하울링>(감독 유하)은 “액션연기도 해야 했지만, 현재 나의 스타일, 내 연기가 지루해져서 나를 힘들게 깎고 다져보고 싶었다”는 이나영의 도전이 만난 영화다. 그는 “지금 행복하고 즐거워서 더 불안할 때가 있는데, 그래서 날 다시 끌어내리고 싶었다”며 “유하 감독님이 힘들게 찍는다는 소문도 있어 그걸 경험하고 싶었다”고 했다. 강력계 신참 형사 ‘은영’을 맡은 그는 오토바이 면허증까지 땄고, 오토바이 질주를 찍는 도중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과 부딪혀 몸이 허공에 떴다가 떨어지는 사고도 겪었다.
정작 고통은 ‘액션’보다, “미간조차 찌푸리지 마, 감정을 쥐어짜선 안 돼, 덤덤히 덤덤히” 은영의 정서를 표현하라는 감독의 주문이었다. 그것은 이 영화가 추악한 짓을 일삼은 사람들을 죽이는 늑대개의 연쇄살인 사건을 쫓는 ‘형사물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늑대도 개도 아닌 늑대개처럼 소외받고 고통받는 주변인들의 상처와 감정에 주목하고 있어서다. 남편과 이혼하고 부모도 없는 은영은 자신처럼 외로움을 가진 늑대개와 교감하며 사건의 실체에 파고든다. 영화는 고참 형사 ‘상길’(송강호)이 아닌, 이나영을 따라 흘러간다. 이나영은 “은영이 가진 인간 본연의 외로움에 끌렸고, 늑대개를 통해 인간사회에 반성을 전하는 메시지도 좋았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이나영은 어딘가 상처 있는 비주류 인물의 삶과 만났을 때 더 돋보이는데, “그들의 고독, 고통에 내 마음이 더 끌리나 보다”라며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 감정과잉을 하지 말아 달라는 감독의 요청 탓에, 송강호와 촬영 중 나눈 우스갯소리가 “열연하지 말자”였다고 한다. “송강호 선배님이 ‘나영아 너 왜 지금 열연해?’라고 하면, ‘선배님 옆에 있으니까 열연하게 되잖아요’라고 말하기도 했죠.” 영화에서 은영은 늑대개와 불 속에 갇히는 등 ‘연기견’과 호흡을 맞추는 장면이 여럿 나온다. 그는 2년 전 헤어진 애완견 ‘슬비’를 떠올렸다.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를 찍을 때, 5시간 정도 시간이 생겨서 3일 만에 집에 들어갔죠. 16년간 지냈던 슬비가 아프기도 했을 때였는데, 방문을 긁어서 열어줬더니 제 무릎에 올라와 그제야 숨을 거뒀어요. 끝까지 날 기다렸던 거죠.” 슬비와 나눈 교감을 이번 영화의 늑대개에 감정을 이입하는 수단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연기견이 자기를 싫어하지 않는 내 느낌을 아는지 처음부터 잘 따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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