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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찌질남 소설가의 발랄한 연애 반성문

등록 2012-02-19 18:28

영화 ‘러브픽션’
영화 ‘러브픽션’
영화 ‘러브픽션’
운명적 사랑…이별과 후회
남녀 주인공 코믹연기 일품
“멜로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당연히 자기가 연애를 하면서 겪은 것들을 에피소드에 녹일 거예요.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다르지만, 저도 연애에 대한 태도를 구주월에 녹였고요. 연애도 잘 못했고, 지나간 여자친구들한테 너무 죄송합니다.(웃음)”

지난 15일 영화 <러브픽션> 시사회가 끝난 뒤 전계수 감독은 “지난 연애를 반성하고 한번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서른살이 넘도록 제대로 된 연애도 못했고 소설은 한권밖에 내지 못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과 자유분방하고 합리적인 커리어우먼 ‘이희진’(공효진). 이 두 사람이 만드는 연애의 생로병사를 담은 <러브픽션>은 구주월의 시선에서 ‘미안’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전개된다.

지나간 모든 연애는 결국 끝을 맛봤다는 점에서 실패일 수밖에 없지만, 남자 감독이 미성숙한 남자 주인공을 페르소나로 삼아 만든 영화에서 후회와 아쉬움은 특히 도드라진다.

<러브픽션> 역시 그와 같은 맥락에서 감상할 수 있다. 연인이 떠나간 뒤 창작력 고갈에 시달리는 구주월 앞에 영화 수입사에서 일하는 세련된 여성 이희진이 나타난다. 구주월은 베르테르가 코미디언으로 환생한 듯 닭살 돋는 고어체의 구애편지를 쓰고 희진을 생각한다.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독백을 하면서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알래스카에서 살다 온 희진이 그곳 풍습에 따라 겨드랑이털을 기른 모습에 영감을 얻어 ‘액모부인’이라는 소설까지 연재하게 된다. 그러나 여타의 연애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주월의 희진에 대한 마음도 시들해지고, 희진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까지 들으면서 두 사람은 점차 이별의 수순을 밟는다.

옛 연인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하고 있지만, 영화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시종일관 ‘빵빵 터지는’ 유머 코드와 함께 발랄하게 흘러간다. 극중극으로 틈틈이 삽입되는 구주월의 ‘액모부인’도 고전 흑백 영화의 기법을 차용해 독특한 재미를 준다. 영화 후반부 구주월과 친구들이 이희진을 위해 만든 노래 ‘알라스카’의 뮤직비디오는 엉뚱한 상상력의 절정이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에서 잔인하면서도 코믹한 조직폭력배를 연기한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연애 앞에 ‘찌질한’ 구주월을 사랑스럽게 그려낸다. 구주월은 인생을 바꿀 운명적인 상대를 찾는다는 점에서는 <500일의 썸머>의 ‘톰’(조셉 고든레빗)을, 어리석음 탓에 사랑스러운 연인을 놓친 뒤 미안해하고 후회하는 모습은 <시라노: 연애 조작단>의 ‘병훈(엄태웅)’을 닮았다. 하정우는 남자답고 선 굵은 연기뿐만 아니라 귀엽고 코믹한 연기에도 누구보다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다. 공효진은 그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 준 ‘연기를 하는 것 같지 않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를 한번 더 펼친다. 구주월의 형으로 우정 출연한 지진희도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관객의 폭소를 끌어낸다.

<러브픽션>은 감독의 말대로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인 연애의 속살을 가장 ‘희극적’인 방식으로 그려낸다. <시라노: 연애 조작단> 이후 봇물처럼 쏟아진 로맨틱 코미디 영화들 가운데 완성도와 신선함에서 단연 눈에 띄는 영화다. 29일 개봉.

박보미 기자, 사진 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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