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의 여인’(왼쪽)·‘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오른쪽)
‘철의 여인’의 메릴 스트립
20대서 치매 걸린 노년까지…말투·걸음걸이 등 ‘완벽 빙의’ ‘마릴린 먼로…’의 미셸 윌리엄스
걸음 본뜨려 다리 묶고 연습…조감독과 짧은 로맨스 그려 26일 열리는 84회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부문에서는 실존 인물을 연기한 두 배우가 경쟁한다. <철의 여인>(23일 개봉·사진 왼쪽)에서 패기있는 여성 정치인에서 치매를 앓는 노인의 모습까지 마치 빙의라도 된 듯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을 완벽히 연기한 메릴 스트립과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29일 개봉·오른쪽)에서 관능적이면서도 귀엽고 고독하기도 한 마릴린 먼로를 사랑스럽게 그려 낸 미셸 윌리엄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둘과 함께 <헬프>의 바이올라 데이비스, <앨버트 놉스>의 글렌 클로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의 루니 마라도 함께 후보에 올라 있지만 현재로선 메릴 스트립과 미셸 윌리엄스 둘 중 한명에게 오스카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두 사람은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각 드라마 부문과 뮤지컬코미디 부문의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오스카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완벽한 ‘철의 여인’이 된 메릴 스트립, <철의 여인> 암으로 세상을 떠난 지 오래된 남편의 유령이 시시각각 나타난다. 치매 증세를 보이는 할머니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도 못 본 척한다. 목소리가 들리면 텔레비전 볼륨을 높이고 집안의 가전 도구들을 최대 소음으로 작동시켜 목소리를 덮어 버린다. 현재를 살면서 수시로 과거의 꿈을 꾸는, 이 고집 세 보이는 할머니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이다. <철의 여인>은 연인의 프러포즈에 ‘한 남자의 아내로만 남을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무너져가는 보수당과 영국의 미래를 위해 지는 게임이라도 하겠다’며 당권 경쟁에 나서 마침내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대처의 20대부터 현재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칭찬이 오히려 민망할 정도로 훌륭하다. 대처의 다부진 외모와 단호한 말투뿐만 아니라 할머니가 된 대처의 주름진 얼굴과 걸음걸이까지 놀랍게 묘사한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 적 없었던 메릴 스트립의 필모그래피에서 한번 더 의미있는 족적으로 남을 만한 연기다. 그러나 영화 자체의 완성도를 본다면 <철의 여인>은 메릴 스트립의 빛나는 연기를 충분히 담아낼 만한 훌륭한 그릇은 아니다. 생존하는 거물 정치인의 일생을 다룬다는 부담감 탓인지, 영화는 시종 ‘대처’라는 인물과 그의 정치적 결정들에 대한 영화만의 시선을 보여주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치매에 걸려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설정은 흥미롭고 현재 속에 과거가 포개어지는 식의 전개도 지루하지 않고 속도감이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대처에 대한 재해석은 보이지 않고, ‘여성 정치인’ 혹은 ‘보수 정치인’으로서의 대처에 대한 옹호나 비판, 또는 또다른 시각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성들만 득실거리는 의회를 당당히 주름잡은 여성 보수 정치인의 이야기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그를 연기하는, 실제로는 민주당의 열혈 지지자인 미국인 메릴 스트립이라는 장치 등을 활용하면서 그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를 분명히 하지 못했다. 미셸 윌리엄스의 사랑스러운 마릴린,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는 마릴린 먼로라는 슈퍼스타와 꿈같은 일주일을 보낸 한 청년의 이야기다. 1956년 마릴린 먼로는 영화 <왕자와 무희> 촬영차 영국을 찾고, 당시 영화의 조감독을 맡았던 스물셋의 ‘콜린 클라크’(에디 레드메인)는 감독 겸 남자 주인공인 ‘로런스 올리비에’(케네스 브래너)와의 신경전에 힘들어하는 마릴린 먼로를 옆에서 위로한다. 마릴린 먼로와 다툼 끝에 남편 아서 밀러가 미국으로 떠난 뒤, 마릴린 먼로와 콜린은 같이 산책을 하고 강에서 수영을 하면서 달콤한 데이트를 즐긴다. 마릴린 먼로는 전담 연기 선생을 항상 그림자처럼 옆에 두고 위로를 받고, 외로울 때는 약과 술로 잠을 청한다. 콜린은 자기보다 7살 많은 슈퍼스타의 나약한 모습에 연민과 애정을 느끼면서 여자친구와도 멀어진다. 영화는 콜린 클라크가 쓴 회고록을 원작으로 한다. 처음 힘들어하던 마릴린 먼로는 배우로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촬영을 마무리하고, 그와 이별하면서 콜린 역시 달뜬 풋내기에서 마릴린 먼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비는 어엿한 모습으로 성장한다.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은 숱한 염문으로 알려진 마릴린 먼로의 만남들 가운데 다소 심심하지만 가장 순수하고 평온한 스캔들일지 모른다. 미셸 윌리엄스의 마릴린이 보여주는 섹시한 매력은, ‘숨 막히는 치명적임’보다는 ‘깨물어주고 싶은 사랑스러움’에 가깝다. 금발에 붉은 입술, 왼쪽 입술 위의 점까지 마릴린 먼로를 똑같이 재현한 미셸 윌리엄스는 엉덩이를 좌우로 뒤뚱거리며 걷는 걸음걸이를 익히기 위해 다리를 묶은 채 걷는 연습을 하고 마릴린 먼로의 애교 넘치는 목소리와 말투도 철저히 분석했다고 한다. 다소 밋밋하고 소박한 영화지만, 한때 마릴린 먼로의 팬이었다면 애틋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필라멘트픽처스·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겨레 인기기사>
■ 파업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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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FTA 없던 일로’는 정말 안되는가
■ ‘서태지와 아이돌’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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