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러브픽션>의 배우 공효진. “희진은 사랑에 냉소적이고, 연애가 필요하지도 않아요. 사랑이라는 건 다 변하는 거라고, 뭔가 다 알아버린 모습이죠. 자기한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고 자기 인생 즐길 줄 안다고 생각하지요. 모든 배역이 그렇겠지만 저랑 닮은 부분도 있고 다른 부분도 있어요.”
‘러브픽션’의 공효진
지난 일요일(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 극장을 찾았다면, 두 명의 톱스타를 우연히 마주쳤을 가능성이 높다. ‘절친’ 공효진과 김민희는 그날 영화 <자전거를 탄 소년>을 함께 봤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공효진(32)은 “그렇게 다녀도 사람들이 잘 몰라요”라고 말했지만 반짝이는 ‘후광’에 고개를 갸웃한 관객들, 적지 않았을 테다. “같이 교회에 갔다가, 내비게이션이 엉뚱한 길을 안내하는 바람에 한참을 헤맸다”는데, 친구와 바람을 쐬고 벼르던 영화 한편을 보는 모습은 모두의 평범한 휴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희진’ 역할에 만족하지만
사랑받아야 하는 여자보다
독립적인 역할 해보고 싶어 두 사람은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29일 개봉)과 스릴러 <화차>(3월8일 개봉)에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 친한 사이지만 흥행 경쟁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효진은 딱 잘라 “아니”라고 답했다. “같은 로맨틱코미디였으면 신경이 쓰였겠지만, 장르가 워낙 달라서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댄다. 공효진은 “아는 척하고, 아는 걸 남에게 강요하는 게 싫어서” 심각하게 무게를 잡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 바람과 불만을 담백한 말투로 똑부러지게 설명할 줄 안다. <러브픽션>에서 연기한, 사랑에 낭만적인 기대를 걸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즐기는 이희진과 닮았다. 공효진의 말마따나 <러브픽션>의 희진은 “남자주인공 ‘구주월’(하정우)의 관점으로 바라본 여자”다. 영화는 희진을 사랑했고 희진에게 미안해했던, 연애에 서툰 주월의 ‘찌질함’을 재치있게 그린다. “여자가 주체인 영화가 아니죠. 그렇다고 아쉽진 않았어요. 연애할 때 남자의 심리가 이 영화의 요점인 걸 원래 알았으니까요. 희진의 심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면이 사실 거의 없지만, 이 영화는 형식상 그럴 수밖에 없죠. 다만 희진이 ‘겨털이 나와도’ 매력적인 여자이길 바랐는데, 실제로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러브픽션>처럼 남자 주인공과 하모니를 이루는 작업도 즐겁지만, 공효진은 “여자 배우로서, 다양한 여자 영화들이 나오고 남자 영화 못지않게 사랑받는 순간이 생기길 정말로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영화 <미쓰 홍당무>,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같은 여성 영화에서 사랑스런 ‘괴짜 여자’나 삶에 찌든 억척스런 ‘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저 귀엽고,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여자들 말고 좀더 독립적인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러브픽션> 희진의 연장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아이 엠 러브>의 틸다 스윈튼?”이라고 그는 말했다가, 이내 “우리나라에서 부잣집 어머님의 불륜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면 되게 웃기겠다”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공효진은 요즘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다가올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가 오기 때문이다. 공효진은 “록 페스티벌에 매년 가고, 그때가 1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고, 영국 밴드 펫샵보이즈가 왔을 땐 너무 좋아서 ‘입이 찢어질 뻔’”했을 정도로 록 페스티벌의 열성팬이다. 지난해 여름 <러브픽션> 촬영 중에는 감독에게 “1년 동안 기다린 시간”이라고 솔직히 말하고 3일간 휴가를 얻어 다녀오기도 했는데, 정일우와 장근석도 마주쳤다고 한다. “아는 노래가 나와야 재밌거든요. 라디오헤드는 잘 아는 게 ‘크립’밖에 없으니까, 다른 노래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환경 관심많고 모피도 좋아
모순투성이라 스스로 고민
“쓰레기줍기 팬미팅 할래요” 공효진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10년에는 ‘공(효진)책’이라는 에세이(자신은 ‘환경정보책’이라고 주장한다)를 내기도 했다. 일회용품 안 쓰기, 물 샤워하기 등 사소하지만 어려운 습관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패션의 끝은 모피’라는 생각도 하는”, 스스로 “모순투성이”라고 말하는 고민 등을 담았다. “푸른 자연이 좋고 오염을 막고 싶지만 최첨단의 현대 사회도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내가 환경을 논하는 게 옳은가”란 질문도 여러 번 했단다. 그는 조만간 특별한 팬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한강에 산책을 가거나, 등산 가서 쓰레기 줍기를 하는 거죠. ‘봉다리’를 먼저 채워 오면 ‘셀카’를 같이 찍고, 딴짓하는 애들한텐 뭐라고 하는(웃음).” 팬들과 친해지고는 싶은데,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르고 눈물을 흘리는 건 도저히 못 하겠다”는 공효진이 생각해 낸 멋진 아이디어다. 그의 다음 작품도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3개월 동안 2시간밖에 못 자는 드라마를 다시 찍을 엄두”가 아직은 나지 않는단다. “사전 제작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악천후나 몸이 많이 안 좋을 때 하루 정도 오프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차 사고가 나도 촬영에 가잖아요. 위험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래도 파트너였던 하정우를 보면서 “나도 지금까지보다 좀더 부지런하게,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니, 여유롭고 건강한 공효진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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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아야 하는 여자보다
독립적인 역할 해보고 싶어 두 사람은 한 주 간격으로 개봉하는 로맨틱코미디 <러브픽션>(29일 개봉)과 스릴러 <화차>(3월8일 개봉)에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았다. 친한 사이지만 흥행 경쟁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질문에 공효진은 딱 잘라 “아니”라고 답했다. “같은 로맨틱코미디였으면 신경이 쓰였겠지만, 장르가 워낙 달라서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당연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댄다. 공효진은 “아는 척하고, 아는 걸 남에게 강요하는 게 싫어서” 심각하게 무게를 잡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보고 느끼는 것들, 바람과 불만을 담백한 말투로 똑부러지게 설명할 줄 안다. <러브픽션>에서 연기한, 사랑에 낭만적인 기대를 걸지 않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당당히 즐기는 이희진과 닮았다. 공효진의 말마따나 <러브픽션>의 희진은 “남자주인공 ‘구주월’(하정우)의 관점으로 바라본 여자”다. 영화는 희진을 사랑했고 희진에게 미안해했던, 연애에 서툰 주월의 ‘찌질함’을 재치있게 그린다. “여자가 주체인 영화가 아니죠. 그렇다고 아쉽진 않았어요. 연애할 때 남자의 심리가 이 영화의 요점인 걸 원래 알았으니까요. 희진의 심경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장면이 사실 거의 없지만, 이 영화는 형식상 그럴 수밖에 없죠. 다만 희진이 ‘겨털이 나와도’ 매력적인 여자이길 바랐는데, 실제로 그렇게 잘 나온 것 같아요.” <러브픽션>처럼 남자 주인공과 하모니를 이루는 작업도 즐겁지만, 공효진은 “여자 배우로서, 다양한 여자 영화들이 나오고 남자 영화 못지않게 사랑받는 순간이 생기길 정말로 바라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영화 <미쓰 홍당무>,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같은 여성 영화에서 사랑스런 ‘괴짜 여자’나 삶에 찌든 억척스런 ‘언니’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저 귀엽고, 남자에게 사랑을 받아야만 하는 여자들 말고 좀더 독립적인 역할을 해 보고 싶어요. <러브픽션> 희진의 연장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자면? “<아이 엠 러브>의 틸다 스윈튼?”이라고 그는 말했다가, 이내 “우리나라에서 부잣집 어머님의 불륜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면 되게 웃기겠다”며 큰 웃음을 터뜨렸다. 공효진은 요즘 영국 밴드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다가올 7월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라디오헤드가 오기 때문이다. 공효진은 “록 페스티벌에 매년 가고, 그때가 1년 중 가장 즐거운 날이고, 영국 밴드 펫샵보이즈가 왔을 땐 너무 좋아서 ‘입이 찢어질 뻔’”했을 정도로 록 페스티벌의 열성팬이다. 지난해 여름 <러브픽션> 촬영 중에는 감독에게 “1년 동안 기다린 시간”이라고 솔직히 말하고 3일간 휴가를 얻어 다녀오기도 했는데, 정일우와 장근석도 마주쳤다고 한다. “아는 노래가 나와야 재밌거든요. 라디오헤드는 잘 아는 게 ‘크립’밖에 없으니까, 다른 노래도 열심히 듣고 있어요.”
환경 관심많고 모피도 좋아
모순투성이라 스스로 고민
“쓰레기줍기 팬미팅 할래요” 공효진은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2010년에는 ‘공(효진)책’이라는 에세이(자신은 ‘환경정보책’이라고 주장한다)를 내기도 했다. 일회용품 안 쓰기, 물 샤워하기 등 사소하지만 어려운 습관과, “테이크아웃 커피를 마시고,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패션의 끝은 모피’라는 생각도 하는”, 스스로 “모순투성이”라고 말하는 고민 등을 담았다. “푸른 자연이 좋고 오염을 막고 싶지만 최첨단의 현대 사회도 굉장히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내가 환경을 논하는 게 옳은가”란 질문도 여러 번 했단다. 그는 조만간 특별한 팬미팅도 계획하고 있다. “한강에 산책을 가거나, 등산 가서 쓰레기 줍기를 하는 거죠. ‘봉다리’를 먼저 채워 오면 ‘셀카’를 같이 찍고, 딴짓하는 애들한텐 뭐라고 하는(웃음).” 팬들과 친해지고는 싶은데, “노래를 부르고 케이크를 자르고 눈물을 흘리는 건 도저히 못 하겠다”는 공효진이 생각해 낸 멋진 아이디어다. 그의 다음 작품도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3개월 동안 2시간밖에 못 자는 드라마를 다시 찍을 엄두”가 아직은 나지 않는단다. “사전 제작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악천후나 몸이 많이 안 좋을 때 하루 정도 오프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차 사고가 나도 촬영에 가잖아요. 위험한 일이 아닐까 생각을 해요.” 그래도 파트너였던 하정우를 보면서 “나도 지금까지보다 좀더 부지런하게, 많은 작품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하니, 여유롭고 건강한 공효진의 모습을 스크린에서 더 자주 볼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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