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용근의 디렉터스 컷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의 영화음악 사용에 대한 징수 개정안 소식을 접한 것은 올해 초였다. 지금까지는 통상 영화음악 사용 때 제작사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고 합의된 저작권료를 내면 영화음악의 사용과 상영에 관한 권리를 위임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음저협의 새 개정안에는 ‘복제 사용료’(영화에 음악을 사용할 때 각 곡에 내야 하는 금액)와 ‘공연 사용료’(극장에서 영화 상영 때 각 곡에 내야 하는 금액)를 별도로 징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와 한국음원제작자협회도 각각 ‘공연권’과 ‘전송권’에 대한 징수 개정안을 들고나왔고, 이들이 제시한 징수액이 현실화됐을 땐 영화계에 큰 타격이 될 거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독립·저예산 영화는 그 여파가 더욱 커서, 많은 영화의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질 거라는 예상도 터져 나왔다.
가장 큰 논란이 된 ‘공연 사용료’에 대해 음저협은 저작권법상 복제권과 공연권이 분리되어 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그러나 종합예술인 영화의 특성을 무시한 채, ‘영화음악’만을 ‘공연’으로 간주해 별도 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오른쪽 뇌로는 영화를, 왼쪽 뇌로는 음악을 구별해 받아들이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영화에서의 음악은 독립적인 존재이거나, 단순히 덧붙여진 요소가 아니다.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 움직임, 빛의 느낌과 편집 등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섞일 때 영화음악도 빛을 발할 수 있고, 이 모든 요소들의 화학적 결합물이 바로 영화인 것이다.
산업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영화에 출연한 모든 배우들이 초상권을 내세우고, 미술감독이 자신의 제작물에 대해 전시권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종합예술인 영화의 특성상 각본, 감독, 촬영, 연기, 음악 등 창작 과정에 관여한 모든 이들이 저작자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되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따라서 저작권법에도 ‘영상저작물 특례조항’을 두고 ‘특약이 없는 한 부분권리자의 권한을 모두 제작자에게 위임’하도록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5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음악 저작권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승인, 공고했다. 음저협이 요구한 ‘공연권’을 인정했고, 지불 주체를 대기업 중심 ‘상영관’이 아닌 상대적으로 영세한 ‘영화제작사’로 규정했다. 제작사는 앞으로 음저협에 등록된 음악을 영화에 쓸 경우 복제 사용료 외에 공연 사용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영화가 적자를 내도 매출의 일정액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영화 제작 때 음악 사용에 대한 수많은 제한과 자체 검열을 낳게 될 것이고, 전반적인 창작력 저하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만약 내 오른쪽 팔이 나에게 이런 요구를 해온다면 어떻게 될까. “오른팔은 소중하니까 이제부터 몸속 영양분은 오른쪽 팔로 더 많이 공급해줘야만 해.” 이 요구가 실현된다면 홀로 영양분을 더 많이 공급받은 오른팔은 단기적으로 더 강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신체 다른 부분은 점점 약해지고, 그에 영향을 받은 오른팔도 언젠가는 함께 약해지고 말 것이다. 몸과 오른팔은 살과 뼈, 혈관과 근육으로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영화와 영화음악의 관계도 마찬가지이고, 문화라는 큰 틀 안에서 영화계와 음악계도 마찬가지다. 음악 창작자가 누려야 할 권리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화 산업 전체의 균형을 뒤흔드는 무리한 요구는 정당하지도, 현명하지도 못한 처사임이 분명하다.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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