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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고통받는 내 마음을 읽은 건가요?

등록 2012-04-01 20:38

<디어 한나>
<디어 한나>
‘디어 한나’
아내 잃은 남자·폭력남편 둔 여자
상처받은 두 남녀의 고통 치유기
한나!

그래요. 대개 당신처럼 하지는 못하죠.

그렇게 얼굴에 적의가 가득한 남자가 무작정 가게로 들어와 몸을 웅크린 채 숨으면, “누구세요?” “뭐 하시는 거예요?” 하며 겁부터 먹겠지요.

당신은 몇마디 묻다가, 조셉이란 남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습니다. “고통받는 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세요.” 오히려 기도를 해주지요. 툭하면 욕하고, 건물 유리창을 박살내고, 잔혹하게 자신의 개를 걷어차 죽게 만들던 남자가 눈물을 흘립니다.

조셉의 분노와 정신적 공황에서, 상처를 숨겨온 당신의 얼굴과 웅크린 내면을 봤던 건가요? 실은 그 기도가 하루에도 수십번 당신 스스로를 위해 했을 법한 기도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돈 걱정 없이 살면서, 소일거리 삼아 자선가게에서 일하는 사람이겠거니 싶었던 거죠. 당신의 몸에 남편한테 당한 모욕적인 폭력의 상처가 하나둘 그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보통 우린 그렇잖아요. 바깥으로 드러나기 전엔 누군가의 내적 고통의 징후와 신호에 둔감하니까요.

5년 전 심장마비로 아내를 잃은 뒤 더 피폐해진 조셉은 자선가게에 들르는 횟수가 잦아지더군요. 가게가 아니라, 당신의 관심과 위로란 안식처로 향했을 테지요. 조셉도 “나한테 웃어주는 사람이라곤 (이웃집 꼬마) 샘과 당신밖에 없다”고 하지 않던가요.

남편의 위선적 폭력에서 벗어나려고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조셉에게 구원의 손길을 청한 것도, 유일하게 당신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준 사람이 ‘조셉밖에’ 없었기 때문이겠죠.

당신과 조셉은 타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의 표시가 상당한 상처의 치유력과 고통의 구원능력을 지녔다는 걸 보여줍니다. 인간 스스로에겐 이런 구원력이 없을 것이란 불신론자들과, 그 구원력을 고대한 이들, 세상의 아픔과 외로움을 다 싸맨 듯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당신과 조셉을 한번 만나보라고 권할까 합니다. 조셉을 처음 만난 날처럼, 당신은 이들에게도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춰 주겠지요?

※원제가 ‘티라노소어’인 이 작품의 한국판 제목은 영화 막판 ‘디어(Dear) 한나’(한나에게)라고 쓴 조셉의 편지 첫 구절에서 따왔다. 영국 배우 출신 패디 콘시다인의 장편 연출 데뷔작. 상처를 공유하며 평온함을 찾아가는 조셉(피터 뮬란), 한나(올리비아 콜먼)의 캐릭터와 밀착한 두 영국 배우의 연기가 돋보인다. 2011년 영국독립영화제·런던비평가협회상, 미국 시카고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이다. 지난해 미국 선댄스국제영화제에선 감독상·남녀주연상을 모두 탔다. “우리는 강해지리. 약해지면 쓰러지니까…”와 같은 가사와 기타 소리가 섞여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다소 불편한 몇 장면을 상쇄하며 영화를 따뜻하게 감싼다. 29일 개봉해 상영중.

송호진 기자, 사진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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