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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뭐? 청소년 국악합창단?”…거들떠보게 될 줄 몰랐지!

등록 2012-04-15 15:01수정 2012-04-15 21:03

다음달 전국 개봉`두레소리’ 분투기
투자 외면당해 선배 도움받아 제작
영화제서 작품성 인정받아

판소리 매료된 감독 메가폰
청소년들 고민 찡하게 담아

“뭐, 국악 전공하는 청소년들의 합창단 이야기?”

영화 투자·제작자들의 냉담한 반응은 ‘휘모리장단’처럼 빠르고, 매몰차게 튀어나왔다. 그들은 시나리오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감독은 건설업을 하는 대학 선배한테서 제작비 8000만원을 구했다.

완성작이 나오고 나서야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였다. 2010년 두달간 찍은 영화는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선정한 최고작품상에 뽑혔다. 감독은 당시 영화제에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배인 제작사 명필름의 이은 대표를 초청했다. 애초 이 시나리오를 받았으나 밀쳐뒀던 명필름은 영화를 본 뒤 투자·배급·마케팅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우정, 꿈에 대한 열망이 국악과 어우러지는 참신함과, 가족영화로서의 가능성을 엿본 것이다. 독립영화가 메이저 제작사를 등에 업고 전국 개봉하는 ‘이례적인 반전’이 이뤄졌다.

11일 서울 필운동 명필름 사무실에서 만난 <두레소리>의 조정래(39) 감독은 “(전국 개봉) 상황까지 올 것이라고 생각도 못 했다”며 웃었다. 다음달 10일 개봉에 앞서, 5만명 목표로 시사회도 하고 있다. 이미 “유쾌하고 가슴 찡한 영화”라는 입소문이 돌고 있다.

영화는 2008년 만들어진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 1기생들의 창단실화를 극화했다. 결석이 잦던 학생들이 수업일수를 채우려고 방학 중 결성된 <두레소리>에서 화음을 맞추고, 공연을 하면서 활력을 찾는 모습을 비춘다.

영화제작은 합창단 지도교사인 국립전통예고 함현상(35) 음악강사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한국음악을 전공한 그는 이 학교가 모교다. “합창단 공고를 냈더니, 말썽꾸러기들이 많이 모였죠. 합창단 첫 연습 때 가요를 불러보게 했는데, 아이들이 한국적 발성으로 ‘우리화’시켜서 부르는 것이 매력적이었죠. 영화랑 다큐도 찍는 ‘고수’(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라고 알고 지내던 조정래 감독에게 ‘우리 얘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얘기했죠.”

목련꽃이 활짝 핀 명필름 사무실 베란다에서 김슬기양, 함현상 음악강사, 조정래 감독(왼쪽부터)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함 강사는 “영화에선 내가 (해직돼)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오지만, 매년 1년 계약으로 학교에서 음악작곡 수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국악 등으로 풀어주는 다음 영화에 김슬기를 다시 캐스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 강사도 <두레소리>에 이어 조 감독 다음 작품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명필름 제공
목련꽃이 활짝 핀 명필름 사무실 베란다에서 김슬기양, 함현상 음악강사, 조정래 감독(왼쪽부터)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함 강사는 “영화에선 내가 (해직돼) 학교를 그만두는 것으로 나오지만, 매년 1년 계약으로 학교에서 음악작곡 수업을 맡고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위안부 할머니의 한을 국악 등으로 풀어주는 다음 영화에 김슬기를 다시 캐스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 강사도 <두레소리>에 이어 조 감독 다음 작품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명필름 제공

조 감독은 영화학도였지만 대학교 1학년 때 캠퍼스에서 판소리를 하는 “예쁜 여학생”의 소리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 뒤, 영화 <서편제>를 보고 국악에 빠져들었다. 2001년부터 인간문화재 성우향 명창의 다큐영상 등을 찍은 것을 계기로, 아예 ‘고수’로 북채를 잡아 국악공연에 나섰다. 2006년 서울국악경연대회에서 고수들끼리 겨루는 고법 부문 금상 등을 타기도 했다. 국악합창단의 이야기가 장편영화 데뷔작이 된 건 운명이 아닐 수 없다.

“거칠고 결석도 많았던 아이들이 합창단 활동을 정말 신나게 하면서 전공음악에 대한 영감도 얻고, 생활의 태도가 바뀌는 모습이 혁명처럼 느껴졌죠.”

함현상 강사도 영화에 직접 출연했다. 실제 합창단 2~4기생들이 1기 선배들의 이야기를 대신 연기했다. 판소리 집안 신동으로 나오는 주인공 ‘슬기’역은 “7살 때 방송에서 국악한마당을 보고 엄마한테 저거 하고 싶다”고 말해 국악을 시작했다는 김슬기양이 맡았다. 국립전통예고 3학년인 슬기양은 열살 때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 ‘오나라’를 부른 소녀다. 초등학교 시절 창극무대에 선 것 빼고는 연기 경험이 없는데도, 입시와 명창에 대한 심적 부담, 친구와의 갈등연기 등을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자연스럽게 소화한다. 영화 막판 합창곡 고음 솔로 부분에선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들려준다.

“영화에서 친구로 나오는 ‘아름 언니’랑 친한데, 감독님이 뺨을 때리면서 싸우라고 해서, 우리끼리 화장실에서 ‘우리가 연기자야? 그럼 연기자를 불러서 하지’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런 불만을 감독님한테 푼다고 생각하고 싸우는 연기를 했죠.(웃음)”

슬기양은 “우리끼리 얘기하고 있으면 감독님이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찍었는데, 어느 순간 카메라를 신경 쓰지 않게 됐다”고 했다. 조 감독은 카메라를 여러대 설치하고, “마치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처럼 (대본이 주어진 상황 안에서)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을 담았다”고 했다.

슬기양은 “요새 누가 국악을 듣냐”는 대사가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슬펐다가 신났다가 여러 정서가 한 곡에 다 들어있는 매력 때문에 국악을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가요를 들으면 운 적이 없는데, 판소리에서 춘향이가 이몽룡과 이별하는 대목에선 슬퍼서 눈물이 나온다니까요.”

영화는 함현상 강사가 국악과 양악을 접목해 작곡한 <이사가는 날> <꿈꾸는 아리랑> 등의 여러 음악과 민요, 판소리를 귀로 듣는 즐거움도 크다.

조 감독은 “어른들이 이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아이들 생각도 이해할 수 있고, 학창시절도 생각날 것이며, 잃어버린 꿈이 가슴 속에 다시 꿈틀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함현상 강사도 “아이들이 싸우고, 화해하고, 무대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국악하는 학생들이 딴나라 아이들이 아니구나라는 것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기 이름을 치면 ‘영화배우’로도 소개되는 게 신기하다는 슬기양. 그는 “합창단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게, 합창단 언니들이, 그리고 ‘함샘’(함현상 선생님)이 내 얘기를 들어주는 거였다”고 털어놓았다. 이 영화는 그런 아이들의 생각, 우리의 음악, 마음 속의 꿈에 귀를 열고 들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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