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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뭔가 있을 것 같은’ 갯벌 마을과 프랑스 여배우

등록 2012-05-22 16:15수정 2012-05-22 16:23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
영화 ‘다른 나라에서’ 홍상수 감독 인터뷰
“직감이란 건 언어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거다. ‘뭐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어떤 여자를 만났을 때 ‘이 여자와 결혼할 것 같다‘는 느낌은 설명이 안되는데,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천배 만배 복잡한 생각이 안에서 일어나는 거다. 직감에 따라 선택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그게 진짜 뭐였는지 하나씩 발견해 나가는 거다.”

뚜렷한 이야기보다 ‘직감’에 따라 인물과 상황을 떠올린다고 했다. 전북 부안 갯벌의 모항이란 마을과 프랑스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 서로 멀게만 보이는 두 개의 소재가 감독의 직감에 따라 만났다. “내일 뭘 찍을 지 오늘은 모르고”, “그날 떠오르는 것만” 영화 전개 순서대로 카메라에 담았다. <다른 나라에서>의 홍상수 감독을 지난 18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다’라는 설명 대신, “보는 분들이 자유롭게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번 더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소감은?

“배우들한테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 경쟁이란 것 자체는…. 영화 만들 때 경쟁하려고 영화 만드는 건 아니지 않나. 그냥, 사람들이 각각 다르게 느끼는 걸 듣고 싶다. 외국 사람들은 어떻게 봤나 읽기도 하고, 그러면서 내가 만든 게 뭔가 조금씩 알게 되는 거다. 그게 나한테는 제일 의미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구상했나?

“처음엔 모항이란 장소만 정해놨다. 1박 2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절도 있고 갯벌도 있고 아담해서 좋더라. ‘뭘 하게 될진 모르지만 일단 여기서 하자. 날짜는 7월쯤이 좋겠다’ 정도만 정해 놓고 있었다.”

-이자벨 위페르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

“이자벨이 (지난해) 5월쯤 서울에서 자기 사진전이 있어서 서울에 왔다. 예전에 파리 시네마테크에서 회고전을 했는데 그때 뒤풀이에서 보고 안면이 있었다. 신문 기사를 보고 연락했고 점심을 같이 먹었다. “7월에 영화를 찍을 건데, 뭔지는 모르는데 당신 혹시 관심 있어요?”하고 물어보니까 바로 하고 싶다고 답하더라.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자벨이 주인공이어야 하니까, 그를 통해서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생각하다가 떠오른 게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나는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관계였다. ‘우린 왜 맨날 이러지?’ 하고 궁금하지만 설명할 순 없다. 그게 일상의 한 부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 파고 들어가다보면 다른 이야기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세 개의 이야기에서 장면들이 반복된다.

“장면들이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관객 체험으로 봤을 때. 반복을 해야만 느끼는 게 있다. 만약에 1부만 보여줬다면 아마 세 개를 다 보여줬을 때와는 분명히 다를 거다.”

-두번째 이야기에서 숨긴 우산이 세번째 이야기의 이자벨 위페르가 발견한다.

“두 이야기가 독립된 이야기가 같다고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면서도 연결돼 있다라는 거다. 그게 제일 명료하게 드러나는 게 마지막에 우산이 되는 거다.”

-영화 속 인물에 특정한 모델이 있는 건 아닌가?

“어떤 인물을 만들 때 자연인 한 사람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 와서 그리겠다고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스물몇살에 갑자기 깨달은 건데 그러면 자연인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작업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항상 여러 사람들을 섞어서 모델로부터 얻는 구체성은 얻으면서 자연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부담감은 줄어들게 한다 긴 대사 하나가 있으면 그 안에는 모델이 서너 명 있기도 하고 말들이 섞이기도 한다.”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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