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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올림픽 개막식 본 여왕의 심정 어땠을까

등록 2012-08-03 19:53수정 2015-10-23 14:53

<더 퀸>(2006)
<더 퀸>(2006)
[토요판] 이승한의 몰아보기
<더 퀸>(2006, 영국,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
<씨네프>(CINEf), 8월5일(일) 저녁 6시

개막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양평동 이씨는 벌써 런던올림픽이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수영(박태환)-유도(조준호)-펜싱(신아람)으로 이어지는 오심 논란도 속상했지만, 인터넷에 난무하는 ‘심판이 자국 선수를 올려보내려고 수를 쓴 것’이라는 추측성 글도 답답했다.

딱 개막식까지만 좋았던 건가. 양평동 이씨는 밤잠을 쫓아가며 보았던 개막식을 곱씹어 보았다. 케네스 브래너의 ‘템페스트’ 낭송. 산업혁명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던 순간. 무상의료정책을 찬미하는 간호사들의 춤. 그리고 엘리자베스 2세가 제임스 본드와 함께 왕실 헬기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유머까지.

가만, 여왕은 자신이 그런 과격한 유머의 대상이 되어도 괜찮나? 이씨의 생각이 엉뚱한 곳에 꽂혔다. 그래도 즉위 60주년인데, 조금은 더 품위를 차리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오프닝 영상에 짧게나마 섹스 피스톨스의 ‘갓 세이브 더 퀸’도 나오는구나. 이씨는 여왕을 놀려먹는 간 큰 영국인들에게 감탄했고, 그럼에도 흔쾌히 출연한 여왕의 심사는 어땠을까 궁금했다.

하긴 어쩌겠는가. 국가 운영도 인민들이 알아서 잘하는 세상에 입헌군주제라는 어정쩡한 타협으로 존속하는 왕실이니, 세상이 원하면 유머의 대상이 되는 것도 받아들여야지. 이씨는 영화 <더 퀸>을 떠올렸다. 다이애나 스펜서의 죽음 앞에 전통적인 왕실규범을 고수하며 왕실 차원의 애도를 삼가던 여왕이, 자신을 냉정하다 손가락질하는 영국인들의 비난에 고뇌하다 끝내 국민의 요구에 응했던 실화를 다룬 영화였다.

영화의 말미, 토니 블레어 총리와 대화하던 여왕은 당시의 험악했던 여론을 언급하며 쓸쓸한 목소리로 말한다. “난 어리석게도 국민도 그런 여왕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소. 사적 감정을 드러내어 난리를 피우지 않는, 선공후사인 군주. 난 그렇게 키워졌고, 그렇게만 살아왔어요. 하지만 이제 세상이 변한 거 같군요. 누군가는, ‘현대화’되어야겠죠?”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이씨는 공화정과 왕정의 애매한 동거인 입헌군주제는 수긍할 수 없었지만, 전통을 계승하라는 의무를 짊어진 채 시대와 발맞춰 나가야 하는 여왕의 고뇌는 알 것도 같았다. 아마 그런 마음으로 자신이 스카이다이빙을 한다는 내용의 콘티를 보고도 출연에 응했겠지. 어쩌면 “세대에게 영감을”이라는 런던올림픽의 모토가 가장 잘 구현된 순간은, 여왕이 흔쾌히 어린 세대의 유머코드에 응해줬던 장면이 아니었을까. 여자 배드민턴 복식단체 실격을 전하는 어이없는 뉴스를 보면서, 이씨는 심드렁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역시 개막식까지가 좋았어.

이승한 티브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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